People and Culture

동행인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포용적인 주거공간

# 김미연 UN장애인권리위원 인터뷰 (2)

[With 더함] 더함과 좋은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사람, 회사들을 만나 봅니다. 좋은 친구를 통해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처럼, 좋은 파트너십을 통해 더 나은 더함으로 성장할 수 있으리라 믿어요. 더함의 좋은 친구가 되어 주세요.

※ 이 글은 1편(링크)에서 이어집니다.

#공동체를 디자인하는 유니버설 디자인

Q. 유니버설 디자인은 위스테이의 공동체적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요?

‘더불어 같이 사는 삶’ 안에는 모든 구성원들이 독립적으로 활동하며 참여할 수 있는 조건이 포함되어 있어요. 그런 밸런스가 맞아야 공동체가 오래 갈 수 있죠. 예컨대 이런 물리적 조건이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도와주면서 같이 살자’라는 인식만으로는 안 돼요. 커뮤니티 공간으로 가는 길에 계단이 잔뜩 있고, 엘리베이터도 없다고 생각해 봐요. 한두 번은 저를 업어도 주고, 휠체어를 들어도 주고 해도요. 나중에는 관계에서의 밸런스가 깨지게 돼요. 위축되고 미안해서 못 가겠다고 되는 거죠.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진 관계는 오래 못 가요. 그러면 함께하는 공동체의 삶이 아닙니다.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장벽이 없는 아파트가 만들어지면, 내가 참여하고 싶은 동호회를 만들기도 하고, 누군가 제안하는 모임에 다른 이와 마찬가지로 참여할 수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는 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더함이 추구하는 ‘협동조합형 아파트’, ‘아파트형 마을공동체’라는 단어 속에 이미 ‘배리어 프리’는 내장되어 있는 거예요.

차도와 보도 사이에 경계석이 없는 위스테이 단지의 모습 ⓒ더함

위스테이별내 단지의 커뮤니티 시설 출입문은 키의 크고 작음에 구애받지 않고 문을 여닫을 수 있도록 손잡이가 상하로 1m 이상 길게 설치되어 있다. ⓒ더함

Q. 위스테이 단지 내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스팟을 한 군데 뽑아 주신다면 어디일까요?

사실 아직 다 돌아보지는 못해서 특정 스팟을 한 군데 꼽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다만, 배리어 프리, 유니버설 디자인에서 중요한 건 ‘흐름이 안 끊기는 것’이에요. 예를 들면, 건물 입구에 경사로가 있어서 자연스럽게 진입 가능하고, 승강기를 타고 2층으로 접근하고, 스페이스가 넉넉해서 휠체어가 자연스럽게 돌 수 있어야 하는 거죠.

Q.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앞으로 더 많은 주거단지, 주거지역에 유니버설이 도입되어야 한다는 사회적으로 공감대가 높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현실적인 문제들에 많이 부딪히고 있는 것 같은데요. 바뀌어야 하는 현장의 문제에는 또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무엇보다 물리적인 접근성 외에 인간관계에서의 접근성이 또 다른 어려움이죠.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의식, 내재화된 경계심, 심지어는 혐오까지. 이런 것들을 없애는 게 필요해요. 관계에서의 접근성은 일상적으로 스킨십의 기회를 점차 늘리면서 높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앞으로 우리 공동체 앞에 놓인 도전이겠죠?

# 유니버설 디자인의 동행인들에게

Q. 더함, 정림건축, 계룡건설 관계자분께 전하고 싶으신 얘기가 있으실지요?

💬 우선 정부에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국민들이 어떤 변화를 요구할 때, ‘규정이 없다’, ‘선례가 없다’라고만 해서는 사회 발전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선례가 없고, 첫 도전을 해서 실패했을 경우에 오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라고 이해는 하지만, 좀 더 진취적으로 고민해 주시면 좋겠어요. 그래야 국민들이 새로운 도전들을 하죠.

💬 더함에게

저와 함께 동행하는 분들은 앞으로 이런 차별의 상황들을 더 민감하게 느낄 거라고 생각해요. 더함도 유니버설 디자인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든 장벽을 느꼈다면, 저의 동행인으로서 차별을 함께 경험한 거죠. 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살려고 하니 드디어 장벽들이 보일 거예요.

사실 무언가를 주장하는 건 어찌 보면 간단한 일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 주장을 내가 받아들여서 나를 바꾸고, 환경을 바꾸고, 어떨 땐 내가 손해를 봐야 한다고 하면, 정말 다른 상황이 펼쳐지는 거잖아요. 그걸 감당하려는 태도가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감당하려 하지 않고 판단만 하고 말만 얹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함께 감당하려 해주어서 고맙습니다.

아까 제가 인터뷰하면서 얘기드렸듯이, 더함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주거 문화를 만들고 공간을 만들기 위해 모든 이해당사자들의 의견과 요구를 포함시켜 가려 했잖아요. 특히나 가장 불리한 조건에 있는 사람의 입장에 서 주었어요. 모든 건 예산이 정해져 있고, 그 예산 안에서 만들어 내야 하기 때문에 ‘우선순위’를 설정할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그게 가장 현실적이고, 설득력 있는 답변이라고 생각되기 쉬운데, 어떻게 보면 사회적 소수자들이 지속적으로 소외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답변이에요.

‘우선순위’라는 단어가 폭력적인 경우들이 종종 있죠. 기존 방식의 우선순위가 바뀌어야만 소수자들이 포함될 수 있어요. 그래서 이게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이렇게 정말 어려운 일을 하겠다고 마음먹고 가시는 것에 정말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가주시면 좋겠어요. 물론 어떤 경우에는 회사가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대의 도전도 있겠지만, 이런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런 걸 세상에 보여 주어야 사람들이 보고 배우거든요. 사람들은 그저 말로 들었을 때에는 알지 못해요. 실현되었을 때 이런 상이구나를 경험하기 전에는 안 변해요. 그래서 현실에서 보이지 않는 그림을 그리고, 그걸 만드는 개척자들이 진짜 힘든 거거든요.

저도 가끔 양 대표님께 그래요. 왜 이렇게 힘든 일을 하냐고. (웃음) 어렵지만 포기하지 않고, 천천히 계속 꾸준히 변화를 주면 더함이 하는 일 때문에 우리 사회에 이런 일들이 확장될 거라고 저는 믿어요. 한편으로는 모델하우스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일 등에서 너무 부담을 줬나 하는 죄책감도 있었어요. 사실 처음 이런 케이스를 만드는 입장들이잖아요. 게다가 아예 모르는 사람들이었다면 편했을 텐데, 알던 사람들이니까 더 마음이 안 좋은 거예요. 그런데 힘든 과정들을 뚫어줘서 너무 고마워요. 앞으로 위스테이 지축은 더 잘 된다면 좋겠어요.

💬 정림건축, 계룡건설에게

휠체어를 탄 저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현장소장님과 관계자분들이 함께 다니며 의견을 들어 주시고 흔쾌히 수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해야 한다는 세부 규정이 없기 때문에, 뜬금없다고 느낄 수도 있고, 반영하기 어렵다고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 주셔서 감사해요.

그리고 또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요즘은 좋은 아파트를 만들기 위해 여러 옵션을 마련하잖아요. 펜트리(창고)를 만들어 주거나, 시스템 에어콘을 설치해 놓기도 하고요. 어떤 곳은 집에서 엘리베이터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엄청 자동화가 되어 있죠. 이런 게 결국 아파트의 부가가치가 되고 있고요. 아이, 노인, 장애인 등 인간의 다양한 몸의 조건을 고려한 아파트를 만드는 건 굉장히 혁신적인 거예요. 그런 측면을 수세적으로 보지 않고, 좀 더 부가가치가 있는 아파트를 만든다고 생각하시고, 더 본격적으로 R&D를 해보시면 어떨지 제안 말씀을 드려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배리어프리, 유니버설디자인을 할 때에 디테일한 점검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저를 불러주세요. 디테일은 당사자가 등장하지 않으면 도저히 알 수 없거든요. 설계나 모니터링 과정에 당사자들을 좀 더 참여시켜 준다면 좋겠습니다.

위스테이별내 입주를 앞두고, 실제 거주자인 김미연 조합원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의견을 청취하는 계룡건설 강인규 현장소장과 현장 관계자들. ⓒ더함

💬 협동조합, 조합원들에게

제 의견을 반영해야 하는 이슈가 등장했을 때, 협동조합은 100% 제 편을 들어주셨어요. 내 편이 되는 공동체가 있구나 하는 건 너무 기쁜 거죠. 그런 심성을 가진 사람들이 참 소중해요. 하려 했던 일이 비록 실패할지라도 일단은 약자의 편이 되어 주는 심성이요. 제가 일상에서 투사처럼 싸울 때가 종종 있기도 하지만, 사실 이게 저에게는 정말 꽤 상처가 되는 일이에요. 어쩔 땐 일주일 내내 정신적 우울감이 있어요. 그리고 곁에 있는 사람들이 제 편이 되어주기는커녕 저에게 면박을 주면 그게 더 서럽곤 해요.

만약에 제가 제 의견을 주장하고 있을 때, 공동체가 모르쇠로 나오거나 ‘왜 저런 분이 우리 멤버일까’ 하는 느낌이라도 주었다면, 저는 아마 여길 포기했을 것 같아요. 제 편이 되어 주셨을 때 ‘정말 같이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때때로 저를 위로도 해주고, 같이 주장해 주셨던 협동조합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아직 만나 보지 않은 조합원들에게도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제 제가 등장합니다. 잘 지내봅시다! (웃음) 장애를 겪고 사는 제가 느끼고 경험하는 ‘굉장히 가치 있는 삶’이 또 있어요. 이 가치 있는 신세계로 여러분을 이끌어 드리겠습니다. 제가 굉장히 열심히 사는 사람이기 때문에, 저와 친구가 되는 사람들은 자기 삶에 활력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장애인’과 산다고만 생각하지 마시고, ‘새로운 이슈를 가진 인물’로 저를 바라봐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재미있게 같이 잘 살면 좋겠어요.

또 한 가지 제안하고 싶은 건, 별내에서 저와 함께 장애인권을 위해 일할 동료를 찾고 싶어요. 위스테이 별내의 커뮤니티 시설, 도서관을 전 세계의 장애인 인권을 위해 움직이는 스페이스로 활용해 볼 수 있겠다 싶어요. UN장애인권리위원인 저와 함께, 장애인권과 관련한 일을 하는 것이 지구를 흔드는 일이라는 걸 이곳 별내에서 보여 주고 싶습니다.

유니버설 디자인이 반영된 단지 내를 아이들, 유아차와 함께 돌아보는 위스테이별내 조합원들. 유니버설 디자인은 다양한 삶의 조건을 포용하는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다. 좌측부터 김종진 조합원과 그의 자녀, 이미연 조합원, 이효순 조합원 가족. ⓒ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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