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and Culture

더함 인턴 첫 달 썰 푼다

[더함 적응기]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더함 직원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무럭무럭 자라는 인턴의 귀여운 성장기……가 아니라! 하고픈 말 다 하는 솔직한 인턴의 살신성인 콘텐츠. (이 글을 그룹장님이 싫어합니다.)

3월 16일 월요일 / 첫 출근

첫 출근날 경영지원실에서 준비해주신 웰컴 메시지. 다시 봐도 감격스럽다. (사진 제공: 김송희)

인턴 첫 출근 날이다. 회사에 들어서기 직전까지 나한테 합격 전화가 잘못 온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내 이름표가 달린 책상을 보니 진짜라는 게 실감이 났다. 1년간의 휴학생 생활(이라 쓰고 백수 생활이라 읽는다) 청산한다. 나 김송희, 이제 쓸모 있는 인간으로 거듭난다. 💪😆

나름 첫 출근이라고 내가 가진 옷 중에 가장 정장같이 생긴 옷을 입고 갔는데 정말 회사에 아무도 그렇게 입은 사람이 없어서 조금 머쓱했다. 회사에서 입을 바지가 없어서 슬랙스를 두 개 새로 샀는데 괜히 산 것 같다. 내가 속한 전략기획실에는 그룹장님, 팀장님 두 분, 내 일을 가르쳐 주실 사수 매니저님 한 분이 계신다. 다들 세상 과묵하게 생기셨다. 재미…있겠지…?

미선 매니저님(사수 매니저님)이 한 달간 내 점심 일정을 ‘어레인지’ 해주신다고 하셨다. 어레인지란 일정 조율(?) 같은 개념인 것 같다. 메일을 열어보니 송부, 회신, 포워딩 등 익숙하지 않은 단어투성이다. 그냥 회사용 단어일 뿐이란 걸 알지만, 괜히 있어 보인다. 나도 인턴 끝날 때쯤이 되면 일상에서도 ‘어레인지’를 쓰는 멋진 직장인이 될 수 있겠지.

3월 23일 월요일 / 첫 타운홀

청신호 윗집에서 진행된 타운홀. 열정적으로 발표하시는 대표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사진 제공: 김미선)

양동수 대표님은 말이 많으시다. 오늘 더함의 문화 중 하나인 타운홀이란 걸 경험해봤는데, 거의 대표님의 독무대였다. 대표님이 말씀을 많이 하시는 바람에 내 소중한 점심시간이 침범 당…아…아 이게 아니지.


사실 대표님 말씀이 길어지신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타운홀에서 직원들이 올린 건의 사항에 하나하나 답을 해주셨기 때문이다. 정말 하나도 빼놓지 않고 정성스럽게 읽으셨다. 이런 대표님의 모습에 나는 적잖이 충격도 받았고, 감동도 받았다. 다른 곳에서 사회생활을 해보지 않아서 비교 할 수는 없지만, 아직까지 내가 느끼기에 더함은 건강하고 나름 말랑말랑(?)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조직인 것 같다. 이런 직장, 이런 대표님이 있는 곳에서 첫 사회생활을 하게 된 것이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3월 27일 금요일 / 첫 워크숍

힘들다… 회사 생활… 아무도 건들지 마… (사진 제공: 김현미)

오늘은 매니저 워크숍이란 걸 했다. 워크숍에서는 소통, 일과 삶의 균형, 안전한 조직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모두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는 모습에서 매니저님들의 더함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모두가 진심으로 더함을 아끼는 것 같았다. 매니저님들이 왜 더함을 사랑하는지 알고 싶어졌다.

솔직히 ‘6개월짜리 인턴이니까’라는 만능 핑곗거리가 있다고 생각했었다. 어차피 6개월 뒤면 안 볼 사람들이니 진심을 다할 필요도, 이곳에 정을 붙이기 위해 노력을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출근 열흘 만에 그 생각이 깨졌다.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면서, 그런 마음 가짐으로 임하는 건 엄청난 실례라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기간이지만 나도 더함에 잘 어울리는 사람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다.

3월 31일 화요일 / 일상

미선 매니저님이 거의 매일 아침을 챙겨주신다. 당신 없인 못살아. (사진 제공: 김송희)

오늘은 짧게 느낀 점 몇 개만 말해야겠다. 졸리다.

– 내가 있는 6층 사무실은 엄청 조용하다. 다들 입 꾹 다물고 모니터만 응시하고 타자를 치는데, 다들 그러고 있어서 멀리서 보면 클론들 같아서 무섭다. 일 얘기 말고는 입도 안 연다. (당연한 건가?) 내 옆자리 지영 팀장님이 오늘 처음으로 말을 걸어주셨다. 내가 출근한 지 2주 만이다. 이정도면 어떤 분위기인지 감이 오지 않을까. 다들 조금씩 웃으면서 일했으면 좋겠다.

– 회사에 다니는 건 생각보다 재밌다. 바쁜 출근길 행렬에 나도 껴서 걷는 것도 재밌고, 매일 점심 시간에 뭐 (얻어)먹을까 고민하는 것도 즐겁고, 시키는 일 하는 것도 미션 깨는 것처럼 소소한 성취감이 있다. 무엇보다 퇴근 후 느껴지는 약간의 피곤함이 정말 좋다. (한 달 후의 나: 진심이니?)

– 나는 물음표 살인마*다. 대단한 질문이라도 하면 민망하지 않기라도 하지, ‘집 갈 때 노트북은 끄고 가시나요?’ 이런 거나 물어본다. 사수 매니저님께 정말 죄송하다. 덤덤한 성격이라고 생각했는데 회사만 오면 어찌나 초조하고 불안한지(아무도 나한테 부담 준 적 없음)… 별게 다 신경 쓰인다. 그래도 매니저님이 질문을 잘 받아주셔서 정말 다행이다. 내일은 질문을 좀 참아봐야겠다.

* 참고: 물음표 살인마란 사소한 것도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고 시도 때도 없이 질문을 많이 해서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 아, 그리고 대표님 킥보드 🛴 타신다. 속으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4월 10일 금요일/첫 월급

첫 월급 뽕에 차서 간식도 샀다. 물론 편집을 하는 지금은 월급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아껴 쓸걸. (사진 제공: 김송희)

첫 월급날이다.💵 (문득 최저시급 받으며 맥주를 날랐던 지난 날들이 떠오르고…) 아침부터 사치스럽게 택시를 타고 출근했다. 괜히 돈 쓰고 싶어서 전략기획실 분들께 모닝커피 드시겠냐고 메시지도 보내봤다. 진호 팀장님께서는 “원래 첫 월급은 털어먹는 거야”라며 야무지게 커피와 토스트를 드셨다. 무서운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알면 알수록 참 재밌는 분이다.

월급날 모두들 나처럼 신이 났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사무실은 (오늘도) 조용하다. 월급날인 거 까먹으신 줄 알았다. 참으로 한결 같은 더함 사람들… 이제 한 달 만근을 향해 가는 중인데 아직도 이 분위기는 적응이 안된다. 이제 직장인 월급 맛을 한 번 봤으니, 다시는 알바몬으로 못돌아갈 것 같다. 더함에서 열심히 일해서 끝까지 붙어있어야겠다.

다음 더함 적응기는 더함의 최고 시조새 양동수 대표님과의 대담으로 다시 찾아올 예정이다. 더욱 솔직하고 과감한 콘텐츠로 돌아오겠다. 커밍 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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