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and Culture

“더함은 인간도서관처럼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유기체”

#사회적자산운용실 박경호 팀장

[더함 피플 탐구] “타인과 함께, 타인을 통해서 협력할 때에야 비로소 위대한 것이 탄생한다”(by 생텍쥐페리). 일을 하면서 좋은 동료를 만나는 것만큼 큰 복이 또 있을까요? 서로 공감하고 협력하며 더함에 다양한 색채와 가치를 더해 가는 사람들을 만나 봅니다.

‘자산’이란 말은 흔히들 사적인 소유물을 일컬을 때 쓰이곤 합니다. 투자하고, 축적하고, 증식해야 하는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죠. 더함은 이러한 자산을 공동체적 방식으로 소유하고 관리하는 걸 통해, 사회적인 의미를 돌려주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더함 피플 탐구]는 시설관리, 임대관리를 넘어 커뮤니티 관리에 이르는 일들을 통합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해 가는 팀인 ‘사회적자산운용실’의 박경호 팀장을 만나 보았습니다.

박경호 팀장은 사진, 야구 등 오랜 시간 푹 빠져온 취미활동뿐 아니라, 일에서 역시 관심 가고 좋아하는 것들을 쫓아 살아 온 히스토리를 들려주었는데요. 일과 사람에 대한 애정, 그리고 몰입도가 남다르게 느껴지는 이야기를, 여러분과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Q. ‘사회적 자산 운용이라는 일을 하고 계신데, 그전에 자산과 관련한 일들을 해오셨나요?

저는 대학에서 ‘청소년학’과 ‘특수교육학’을 전공했고, 청소년학으로 석사과정을 마쳤어요. 전공 영향인지 사람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갖게 됐죠. 전공을 살려 국립 청소년단체에 취업했어요. 전국의 청소년 활동 프로그램을 인증하는 일이었는데, 인증 심사위원을 선발하고, 교육하고, 프로그램을 검토하는 업무를 했습니다.

그러던 중 대기업을 중심으로 여러 기업들이 청소년들을 위한 사회공헌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때마침 CJ사회공헌팀에 지원하여 팀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그간 ‘사람 개개인의 성장’에도 관심이 많았지만, 사회의 변화를 촉진하는 방법, 재화를 환원하는 방법, 평범한 시민들이 사회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프로모션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런 일들을 10년 가까이 해왔어요.

기업 CSR 직무에서 마케터로 전업한 경험이 있는데요. CRM(Cause-Related Marketing)이라고 CSR과 Marketing이 결합된 개념이 한때 트렌드였던 때가 있어요. 그때 맡았던 일이 햇반, 행복한콩, 울릉미네워터 등의 제품에 사회공헌 프로세스를 더한 프로모션이었는데, 마케팅팀과 협업하면서 마케팅 비즈니스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죠. 결정적으로 그 일이 마케팅회사로 이직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지금 더함에 있는 것도 그렇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움직였던 편이에요. 의도하거나 계획했다기보다도, 어떤 일을 진행하면서 알게 된 일에 빠지게 되면, 그 일을 찾아 나서는 편이죠. 더함에 합류하기 직전에는 대학의 이사장님이 기금을 출연해서 설립한 문화재단에서 사무국을 맡으면서, 공간과 사람을 이어 교육적 실험이 가능한 문화공간을 만드는 일을 했어요. (카페성수, 링크)

전환점이 딱 있었다기보다는, 일과 일이 만나면서 알게 된, 그동안에는 몰랐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직접 해보자’로 전환되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이렇게 이동하다 보니, 처음 맡는 일들이 그렇게 두렵지만은 않고요, 잘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성장하는 느낌도 받습니다. 아직 업무적으로 모르는 것이 상당히 많지만, 일정 정도 시간이 지나면, 현재의 더함 구성원들처럼, 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Q. 더함에 들어온 계기를 좀 더 자세히 들려주시겠어요?

문화재단을 총괄하며 한 분야에서 대가를 이룬 원로들의 이야기를 ‘구술채록’하여 출간하는 일을 한 경험이 있어요. 그 분들이 모여 뜻을 나눌 수 있으면서, 다양한 사람들이 문화적이고 교육적인 체험을 할 수 있는 모임공간을 성수동에 만들게 되었죠. 그리고 대학 인근의 부지에(약 5만 평) 은퇴자들과 청년들이 모여 살 수 있는 코하우징(Cohousing)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를 준비하기도 했어요. 그런 활동들 가운데서 부딪히고 배우면서 성장해 왔던 것 같아요.

더함의 움직임은 커뮤니티실 김종빈 실장님을 통해서 알고 있었어요. 직접적인 모멘텀은 사람이었지만, 자연스럽게 이끌려 온 것 같기도 해요. 더함에 지원하기 위한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느낀 건데, ‘공동체’라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된 시간이 2~3년 내에 집중적으로 있었더라고요. ‘협동조합형 아파트’나 ‘페이지 명동’과 같은 소셜스페이스, 도심 안에서의 타운매니지먼트 등 더함이 앞으로 가려고 하는 길이, 저에게 아주 낯선 길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어요.

몇 개월 전을 돌이켜보니 정년이 보장된 안정적인 삶의 방식에서 변화를 일으키고 싶었던 때였더라고요. 대학의 재단에서 문화공간을 만들고, 문화예술인으로 한국사에 한 궤를 살아 온 어른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주거와 삶, 공동체가 어우러지는 그림을 그리던 일의 연장선에서, 더함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과 새로운 일에 대한 호기심으로 지원하게 되었어요.

Q. 더함에서 현재 하고 계신 일을 설명해 주시겠어요?

더함의 사회적자산운용실에서 임대운영팀을 맡고 있어요. 임대운영팀은 커뮤니티하우스 마실, 위스테이 단지(별내, 지축), 페이지 명동과 같은 소셜 스페이스의 하드웨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일부터, 공동체를 서포트할 수 있는 일까지 설계하게 될 것이고요. 이런 일들을 세팅하는 초기 단계에 합류하여 김상용 실장님과 함께 일을 해가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더함에서 운영하는 공간이 증가할수록 저희 실의 규모와 인원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 예상해요. 이런 현장들이 늘어나면 더함의 운영진이 초기에 그렸던 것처럼, 시설관리, 임대관리뿐 아니라 커뮤니티관리까지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조직으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Q. 임대운영 영역에서 더함의 철학과 지향은 어떤 것일까요?

우선 단순히 ‘우리는 남과 달라’와 같은 접근방식은 아닌 것 같아요. 업(業)에 대한 관점 자체를 바꾸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 비전이지 않을까 느끼고 있습니다. 사실 시설관리, 임대관리 영역에서 일하고 있는 분들을 만나 보면, 사람들의 인식 때문에 조금 폐쇄적이고 자존감이 낮은 경우가 많아요. 이건 우리가 뉴스를 통해서 접하고 있는 내용만 보더라도 알 수 있죠. 그분들에게 나은 복지를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서, 우리 역시 그 업을 함께하는 팀으로서 생각하고 움직여야 한다고 봐요. 입주민들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지도 당연히 고민해야 하지만, 여기서 일을 하시는 분들도 공동체의 일원인 점을 인식해야 하죠. 그래서 호칭을 ‘커뮤니티 매니저’라는 이름으로 변경하려 하고, 숨겨진 공간이 아니라 개방된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실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어요. 물론 그러면서도 수익적인 부분을 아예 고려 안 할 수 없으니… 머리가 아주 아픕니다. (웃음)

임대관리, 시설관리, 여기에 커뮤니티 관리까지 통합적으로 하는 회사가 한국에 없더라고요. 이 분야에서 20년 이상 노하우를 가지고 계신 김상용 실장님을 통해 많이 듣게 되었는데, 각 영역이 별도로 비즈니스화되어 있어서 생기는 문제도 많더라고요. 이를테면 시설관리는 수익이 많이 안 나오다 보니까, 수익을 내려면 결국 인건비에서 빼야 하는 거예요. 6명이 해야 할 일을 4명이 하게 해서 비용을 세이브하는 거죠. 임대관리, 시설 관리, 그리고 커뮤니티까지 통합하는 회사를 만든다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한 2년 정도 지나면 업계 전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 모델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믿고 있습니다.

Q. 더함은 어떤 곳 같나요?

사실 더함의 구성원들에게 많은 자극을 받고 있어요. 당연히 내부의 시스템은 존재하지만, 구성원 개개인들의 역량이 월등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하고 싶고 배우고 싶은 일을 쫓아 회사를 이직해 왔지만 그동안 만났던 업무 프로세스와는 다르게 ‘헤쳐 모이는 방식’으로 각자의 전문성을 발휘하고 계신 것 같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충분히 변형이 가능한 유기체라는 느낌이 많이 듭니다.

Q. 그렇게 느끼게 된 구체적인 계기들이 있으셨나요?

우선은 입사 후 첫 번째 팀장회의 시간을 잊을 수가 없어요. 당시 저는 부동산에 대한 인지가 높지 않은 상황이었죠. 상당히 젊은 맨파워들이 어떤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는데, 처음 듣는 저도 이해할 만큼 핵심적인 부분과 전후의 과정을 짧은 시간 안에 설명하고, 설득하는 그 모습이 잊히지 않고 아주 강하게 남아 있어요.

제가 그전에 경험했던 협업이란 것은 담당 팀이나 담당자가 쭉 이끌어가면서 부족한 부분을 요청하는 정도였는데, 더함의 협업은 그것과는 좀 다른 느낌이었어요. 제 경험이 짧아서일지도 모르지만, 오래된 회사이거나 보통의 회사들은 다른 팀 업무에 깊이 관여하지 않고 결과만 확인하는 수준일 때가 많거든요. 다른 팀에서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 의견을 내고, 다른 방향의 의견을 내는 것도 일정 정도 자유롭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Q. 일터 바깥의 시간

지금은 퇴근 후나 주말에 거의 육아를 해요. 아이랑 지내는 시간이 무엇보다 특별하죠. 사실 저는 에너지를 바깥으로 쓰는 유형의 사람이고요, 저와 같이 지내고 있는 아내는 에너지를 안으로 쓰는 친구예요.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면서 제가 스스로 외부 활동들을 다 정리하고 있더라고요. ‘손절’이라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아이를 보는 특별함에 빠지게 됐어요. 저도 요즘에 돌이켜보니, 10년 이상 했던 야구나 사진 모임도 안 하고 있고, 아이를 빼면 뭐가 없네? 이럴 정도로 빠져 있어요.

지난해부터 공동육아를 하고 있는데요, 공동육아로 엮여지는 부모들의 모임이나 지역사회에서 알게 되는 이웃들과도 시간을 굉장히 많이 보내고 있어요. 사실 더함에서 말하는 ‘주거 공동체’가 아주 낯설지 않았던 또 하나의 이유였죠. 최근에는, 20년 전 대학생 신분으로 공동육아와 공동체 인터뷰를 했던 마포구 성산동 성미산마을로 이사를 하게 됐어요. 아마 그때부터 저도 모르게 ‘아이가 태어나면 공동육아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나 봐요. 다행히도 연극을 하는 아내도 같은 생각이었고, 공동육아가 가능한 지역을 찾아오게 된 것이죠.

퇴근 후, 주말에 거의 모든 시간을 아이와 함께 보낸다는 박경호 팀장.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약속 없는 주말이 거의 없을 정도였지만 자연스럽게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의 특별함에 푹 빠지게 되었다고 한다. (사진 제공: 박경호)

Q.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떻게 푸는 편이세요?

스트레스에 좀 무딘 편인 것 같아요. 그럼에도 압박되는 상황이 생기면, 저는 주로 사람을 만나서 풀어요. 의도치 않게 세 사람 중 한 사람을 만나게 되더라고요. 한 친구는 직업이 상담사인 동생이고, 한 친구는 사진으로 한국 영화계에 획을 긋고 있는 친구이고 또 한 분은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는 이에요. 이렇게 해결해 보면 어떻겠냐는 조언이나 자문을 구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야, 그거 별것 아니야. 우리 어떻게든 해결해서 이렇게 여기까지 왔잖아’라는 지지를 받기 위해서 만나는 것 같아요. 다른 현장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을 보면, 저도 모르게 풀리게 되고, 배우게 되는 것들도 있고요.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 살아온 박경호 팀장. 오랜 시간 동호회 활동을 해온 사진과 야구를 빼놓을 수 없다. (사진 제공: 박경호)

Q.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것 세 가지를 꼽으시면요?

관계. 사람. 소통. 이렇게 말하니까 꼭 정치인 같네요.(웃음) 제가 사람이나 관계에 관심이 많아요. 사실 저는 더함 사람들에게도 관심이 되게 많거든요. 한 분 한 분 편하게 차도 한잔 마시고 싶고, 살아 온 이야기와 일에 대한 생각 등등 알고 싶은 게 많은데 혹여라도 불편하실까 봐 자제하고 있을 뿐이에요.

일 관계에서도 결국 사람이 중요하단 생각을 많이 해요. 직전 회사에서 문화 공간을 만들 때 되게 힘들고 어려웠거든요. 그때 저와 같이 기획했던 교수님이 계신데, 그분이 하신 말씀이 굉장히 기억에 남아요. 이거 다 끝나면 뭐가 남을 것 같냐고, 결국은 사람이 남는 것이고, 그게 바로 일인 거라고 하셨죠. 되게 긴박하고 절박한 상황이 많았는데, 그런 상황에서 해주신 말씀이라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저도 결국은 사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 마음먹었죠.

Q. 더함에 어떤 걸 더하고 싶으신가요?

작년 12월부터 일했으니까, 더함에서 일한 시간이 길지는 않네요. 제가 더함에 좀 더 녹아들고, 시간적으로 봄에 접어들면 더함에 활력을 더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해요.

물론 회사는 일하는 곳이죠. 저는 ‘가족 같은 회사’라는 표현에 동의하지 않는 편이에요. 가족은 이렇지 않거든요. 회사는 경제 활동을 베이스로 한 사회적 커뮤니티이자, 일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사적인 관계나 사적인 모임이 크게 중요치 않다고도 생각해요. 하지만 더함은 우리가 지향하는 공동체를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야 하고, 그걸 모델링해서 보여 줘야 하는 회사이기도 하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더함의 공동체 문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아요.

더함 내부를 들여다보면 인간도서관처럼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에요. 다양한 사람들이, 특별한 맨파워를 내고 있는데, 업무를 함께하는 팀으로서 묶여 있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좀 더 말랑말랑한, 다른 미션으로 만나본다든지 하면 좋겠어요. 저도 업무적으로 안정되면 그런 걸 제안해 볼까 생각해 보고 있어요. 다시 생각해 보니 활력을 더한다는 말은 좀 거창한 것 같고, 편안한 관계들이 형성될 수 있게끔 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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