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and Culture

산티아고를 베이스캠프 삼아 행복을 궁리하는 삶-여행자

#커뮤니티디자인팀 박성민 팀장

[더함 피플 탐구] “타인과 함께, 타인을 통해서 협력할 때에야 비로소 위대한 것이 탄생한다”(by 생텍쥐페리). 일을 하면서 좋은 동료를 만나는 것만큼 큰 복이 또 있을까요? 서로 공감하고 협력하며 더함에 다양한 색채와 가치를 더해 가는 사람들을 만나 봅니다.

‘커뮤니티’라는 말이 이렇게 많이 회자될 때가 또 있었나 싶을 만큼 주변에 다양한 커뮤니티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커뮤니티의 시대’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정도로, 커뮤니티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자 새로운 문제해결의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는데요. 평소에는 혼밥과 혼술을 여유 있게 즐기더라도, 취향과 일상을 공유하고,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다는 안정감을 주는 공간이 필요한 시기이지 않나 싶습니다.

‘공간과 사람을 연결하는 커뮤니티 플랫폼 기업’이라는 더함의 비전에서 역시 커뮤니티는 아주 중요한 한 축을 맡고 있는데요. 더함의 많은 구성원들이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인프라들을 구축하고, 커뮤니티를 디자인해 가는 일들에 직간접적으로 결합되어 있습니다.

[더함 피플 탐구] 이번 편에서는 ‘커뮤니티디자인팀’의 박성민 팀장을 만나고 왔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두 번 걷고 온 성인의 이미지(?) 때문인지, 왠지 모르게 모든 고민 다 털어놓고만 싶은 마력의 소유자 박 팀장님을 만나, 인생의 ‘베이스캠프’인 산티아고 이야기부터 커뮤니티디자인팀의 향후 비전까지! 풀스토리로 듣고 왔습니다.

Q. 더함 공식 산티아고 홍보 대사로 알려지셨는데요, 그 힘들다던 산티아고 순례길을 두 번이나 다녀오게 된 스토리를 듣고 싶습니다.

사실 저는 여행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어요. 대학 4학년쯤 첫 해외여행을 가게 되었는데, 당시 저는 잔뜩 긴장을 하고 떠났기 때문에 큰 감흥이 없었고, 제가 여행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 스타일인가 보다 했어요.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산티아고에 대한 로망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 같아요. 사회생활 초년기 때 회사 생활이 엄청 힘들 때가 있었어요. 제 또래들 다들 공감할 텐데, 일요일 밤 개그콘서트가 끝나는 음악소리가 나오면, 세상이 다 끝나는 기분이었죠. 잠이 오지 않는 새벽 시간에 산티아고 여행책을 읽으며 버텼는데, 그때 막연하게 산티아고에 꼭 가야겠다 생각했어요. 그러다 좀 살 만해지니 잊히기는 했지만요.

전 직장을 퇴사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한 번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산티아고를 택했어요. 거창한 뭔가를 느꼈던 건 아닌데, 돌아와서 그 길 생각을 참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사실 산티아고를 가기 전까지는, 다 잘하고 싶은 욕심이나 여러 고민들로 괴로웠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 길 위에서는 ‘오늘 어디서 자지’, ‘오늘 뭐 먹지’ 이 두 질문만을 가지고 갈 수 있는 거예요. 생각은 단조로워지는데, 사람과 풍경이 계속 바뀌는 길이었죠.

거기서는 사소한 것에도 많은 행복을 느끼게 돼요. 어제는 알베르게의 침대 2층에서 떨어질까 봐 조마조마하며 잤는데, 오늘 1층에서 잘 수 있으면 그게 그렇게 행복해요. 음식이 맛있으면 또 말도 못하게 행복하고요. 그래서 그런가, 길 위에서 받았던 사소한 호의들도 참 많이 생각이 나더라고요.

고된 순례길 위에서 받았던 사소한 호의들이 기억에 남는다는 박성민 팀장. 비를 맞으며 걷던 길 위에서, 작은 성당의 관리인 할아버지께서 비를 피하라며 공간을 내어 준 일을 들려주었다. 위 사진은 비를 피하던 성당 앞에서 찍은 것이다. (사진 제공: 박성민)

산티아고 여행 다녀온 사람들이 여행 가방 이야기를 많이 하잖아요. 여행 가방 싸는 것에서부터 욕심을 버리게 된다고요. 저도 순례길 첫날 피레네산맥을 넘고 짐을 다시 싸면서 하나 깨달은 게 있었습니다. 긴 여행길을 준비하는 짐을 쌀 때는 ‘이거 있으면 좋겠다’라고 하는 걸 가져가는 게 아니라, ‘이거 없으면 죽겠다’라는 걸 가져가야 하는 거더라고요.

Q. 팀장님에게 산티아고는 어떤 의미인가요?

내가 힘들 때 ‘돌아갈 곳’, 일종의 베이스캠프 하나가 생긴 것 같아요. 살면서 힘들고 지칠 때 되돌아가서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 있다는 것이 좋아요. 이 길이 저에게는 재산목록이나 마찬가지인 거죠. 거기서 만난 인연 중에 아직 연락하는 사람들도 많고요.

Q. 사회공헌(CSR) 업무로 직업 생활을 시작하셨다고 들었어요. 언제부터 이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셨나요?

‘좋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은 꾸준히 해왔던 것 같아요. 학창시절 르완다 내전에 관련한 다큐멘터리 한 편을 보았는데, 그야말로 ‘피가 강이 되어 흐른다’는 말을 떠올리게 하는 끔찍한 참상을 보았죠. 평화유지군이 철수하면 곧바로 인종학살이 일어날 것 같은 상황인데, 여러 이해관계로 국제정치의 주체들이 상황을 방치하는 걸 보면서, 그때부터 이 세상을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곳으로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랠프 월도 에머슨의 <성공이란 무엇인가?>라는 시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성공이 그렇게 거창한 게 아니라는 내용의 시였죠. 에머슨은 성공을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아있음으로 인해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이라 말했는데요. 저도 이렇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행정학도가 되어 한때 복지공무원을 꿈꿨습니다.

대학 3~4학년 때는 지역NGO에서 자원활동을 하면서 생계가 바빠 글을 배우지 못하셨던 어머니들에게 한글과 컴퓨터를 가르쳐 드렸는데,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좋았어요. NGO에서 자원활동을 하다 보니 공간, 인력 및 재원 등 자원이 많이 부족하더라고요. 모교에서 대학생 자원봉사단 사무국장을 자진해서 맡아 공간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NGO와 학내 공간을 연결하기도 했고요, 이후에 NGO, 지역사회과 연계하여 ‘몰래산타’라는 걸 하기도 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이런 게 더함이 말하는 PSPP(공공-소셜-민간 파트너십) 방식이기도 했네요. (웃음) 당시 산타선물은 NGO의 자원활동가들이 자발적으로 준비하고, 인력은 대학생 봉사단이 맡고, 관련 교육은 지역청년회에서, 지자체에서는 선물을 보내야 하는 아동들을 알려주는 방식으로 협력했어요.

생각보다 많은 친구들이 참여해서 솔직히 조금 신기한 마음도 들었어요. 크리스마스이면 보통 연인들, 친구들과 시간을 많이들 보내는 날이잖아요. 그런데 그 친구들이 행사를 마치고 제게 환한 얼굴로 다가와서 “오늘 경험은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는 얘기를 하는데, 그때 ‘나 이거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성민 팀장은 대학 시절, 빠듯한 생계에 쫓겨 학습을 이어가지 못한 어머니들에게 한글과 컴퓨터를 가르쳐 드렸다. 이때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보람되고 좋은 일이라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사진 제공: 박성민)

Q. 어떤 곳에서 일을 시작하셨나요?

제가 졸업할 당시 ‘기업의 사회공헌’이라는 개념이 도입되던 초기에는, TO가 많지 않을 뿐더러 사회복지학과 외 인원은 채용하지도 않을 때였어요. 다른 직종으로 직업을 알아보던 중에 생명보험협회에서 국내 최초로 업계 공동의 사회공헌재단을 설립하고 채용한다는 공고를 발견했어요. 그렇게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링크)의 창립멤버가 되었습니다.

재단의 창립멤버로서 마포대교 등 한강교량 생명의전화, 한국형 자살예방 교육 ‘보고듣고말하기’, 생명보험의인상 시상 등의 사업들을 기획하고, 운영관리했었어요. 생명의전화는 매년 수백 명의 사람을 살리고 있고, 자살예방교육은 보건복지부를 통해 작년까지 약 80만 명 정도가 교육되었더라고요. 이런 내용들을 보면 지금도 많이 뿌듯함을 느낍니다. 퇴사하기 직전에는 교육부와 협약을 맺고 ‘다들어줄개’라는 이름의 청소년 상담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기도 했어요. (링크)

Q. 일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일들이 있으신가요?

KAIST 학생들의 자살이 사회적 이슈가 된 적이 있었어요. 이때 정신건강전문가들을 모시고 캠퍼스로 토크콘서트를 하러 갔었는데요. 우리가 생각할 때 카이스트 학생들은 엘리트 인재들이잖아요. 그런데 막상 고민되는 질문들을 보니, 예전 같으면 학교 선후배 관계에서나 동네의 친한 관계들 안에서 상담되고 어느 정도 해결되었던 그런 문제들이 대다수이더라고요. 예컨대 ‘이번 방학에 무얼해야 할지 모르겠다’, ‘진로를 어떻게 선택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내용들이 주를 이루었어요. 제가 그때까지 공동체를 공부한 적은 없었지만 ‘자살문제 해결은 공동체의 복원에 있겠구나’ 생각했어요. 이후 경험하게 된 아동과 노인돌봄 업무를 통해서도 앞으로 직면하게 될 대부분의 사회문제는 ‘공동체 복원’이라는 키워드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런 점에서 아파트를 마을공동체로 전환해 낸다는 더함의 사업이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자연스럽게 대안을 찾아 더함으로 이직하게 되었어요.

Q. 더함에서 하고 계신 일을 소개해 주시겠어요?

더함이 위스테이 모델을 통해 실현하려는 것은 아파트 단지를 거점으로 지역사회의 공동체를 복원하고 활성화하는 것인데요. 따라서 공동체 활동이 이루어지는 주요한 공간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약 500세대 규모의 단지임에도 1,500세대 규모 아파트단지의 커뮤니티 시설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저희 ‘커뮤니티디자인팀’은 공동체활동의 기반이 되는 단지 내 커뮤니티시설을 조성하고 공동체활성화에 대한 고민을 하는 팀입니다.

저희 팀의 가장 대표적인 프로젝트는 ‘커뮤니티공간디자인’인데요, 입주 예정자들이 입주 전부터 모여 단지 내의 커뮤니티 시설과 프로그램을 함께 기획하고 만들어 가는 과정을 말합니다. 사실 아파트 단지 내의 많은 시설들이 제대로 이용되지 못하고, 결국은 폐쇄되는 일들이 많아요. 실제 이용할 사람들이 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없을 때, 이용자들이 공간을 수동적으로 이용할 수밖에 없을 때, 공간은 활력을 잃게 되죠. 이러한 문제의식을 확장하여, 공공택지 내 공공시설들을 어떻게 연계하여 활용할 것인지, 어떻게 사회적인 가치들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에 있어요.

사용자의 니즈를 반영한 공간 디자인 퍼실리테이팅, 공동체 활성화 프로그램 기획 등을 진행하고, 이를 위해 입주자들로 구성된 조합과 끊임없이 소통을 하는 것이 저희 팀의 업무입니다.

Q. ‘좋은 커뮤니티’란 무엇일까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사실은 업무를 맡게 되면서 계속 고민하는 지점이고, 앞으로도 계속될 고민이에요. 최근에 방문했던 파주 문발리 커뮤니티가 기억에 많이 남는데요. 재미를 좇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 계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재미’를 좇아 ‘교류(소통)’하면서 ‘상호신뢰’하게 되는 공동체가 좋은 커뮤니티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공동체 활동의 단초가 될 그 ‘재미’를 위해 위스테이는 다양한 커뮤니티시설을 마련해 놓았어요.

또, 최근 들어 하게 된 생각인데요. ‘커뮤니티 비즈니스’라는 것이 결국은 커뮤니티가 가진 문제를 자발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잖아요. 우리가 잘 조성해 놓은 커뮤니티시설을 이용해서, 입주민들이 여러 가지를 지속적으로 시도해 본다면 좋겠어요. 주민들의 필요와 흥미로 비즈니스도 일어나면 좋겠어요. 공동체의 문제 해결을 위해, 혹은 주민들의 흥미에 의해서도 충분히 비즈니스를 시작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떤 시도는 대차게 실패할 수도 있겠고, 어떤 시도는 예기치 않게 성공할 수도 있겠죠. 그렇게 생활상의 다양한 커뮤니티 비즈니스에 대한 시도를 할 수 있는 곳이 위스테이가 아닐까 싶어요. 마음 맞는 사람끼리 처음에는 작게 비즈니스를 시작했다가, 점차 심화하고, 다른 커뮤니티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그런 모습을 팀원들과 그려 보고 싶어요. 공동체 안에서 이러한 것들이 잘만 이루어진다면, 별도의 창업지원센터가 커뮤니티 바깥에 있지 않아도 되겠죠.

Q. 커뮤니티디자인팀 팀워크는 어떤가요?

한국의 커뮤니티는 술로 이루어진다는 얘기가 있는데, 그런 측면에서 업무에 아주 적합한 인재들이 잘 모인 것 같습니다. (웃음) 농담이고요. 커뮤니티도 사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데, 두 매니저분들이 가진 사람에 대한 공감력과 사회적 약자를 향한 시선, 공동체에 대한 자기만의 분명한 관점들이 팀 업무에 많은 지향점이 되고 많은 도움이 돼요.

본의 아니게 더함 시조새 격인 황지성 매니저, 서동규 매니저와 함께 일한다는 게 처음에는 부담이 좀 되기도 했어요(두 매니저는 2017년부터 더함에 합류하였다). 처음에 서로 조심하던 시기를 지나, 어느 순간 업무에 관해 솔직하게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더라고요. 이제는 그만큼의 상호 신뢰가 있는 것 같아서 좋아요.

Q. 더함 피플 탐구 공식 질문입니다. 더함에 무엇을 더하고 싶으신가요?

입사했을 때 처음 얘기했던 게, 좋은 동료가 되고 싶다는 것과 빨리 적응해서 일을 잘하고 싶다는 것이었어요. 저는 사람들과 친해져야 일을 할 수가 있는 사람인 것 같아요. 업무협조를 구할 때마저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아서 조심스럽거든요. 입사 초기에는 왜 힘들었을까를 곰곰 생각해 보면, 서로 친하지 않아서 그랬던 것도 같아요. 특히 이 분야의 업무라는 게 혼자 할 수 없는 거잖아요. 새로 들어오신 분들이 많이 계신데, 제가 먼저 다가가는 그런 좋은 동료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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