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and Culture

발견의 기쁨

위스테이별내 입주자 인터뷰
이범수 님

[옆집 사람] 생텍쥐페리의 말처럼, ‘사이’라는 건 서로 떨어져 있는 거리로 측정되는 게 아닌가 보다. 가까이 있어도 먼 사이가 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들이 그렇다. 인사를 한다든가 안부를 묻는 대신, 경계 어린 눈빛으로 서로를 살핀다. 아파트형 마을공동체, 위스테이는 바로 그런 점에서 달랐다. 얼굴도 모르는 내게 먼저 인사를 건네는가 하면, 해 질 무렵에는 단지 안이 자전거 타는 아이들로 복작였다. 순간 단지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집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휴일에는 대부분의 시간을 디깅(digging)하는 데 쓴다. 보물을 찾아 땅을 파내듯, 내 마음 깊은 곳을 건드리는 무언가를 찾는 일에 몰두한다. 매우 소모적인 루틴이지만 귀엽고 재미난 것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미 알고 있던 것의 매력을 발견하는 것도, 정보의 바다를 표류하며 그러한 대상을 건져 올리는 것도 모두 좋다. 이런 걸 발견의 기쁨이라 하는 걸까?

이범수 센터장을 인터뷰하고 나서 오래간만에 사람을 디깅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그가 광합성을 즐긴다는 것도 그렇고, 삼천포에서 ‘발견의 기쁨’이라는 카페를 운영했다는 이야기가 상당히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기가 특별하지 않다고 하지만, 배시시 웃으며 늘어놓는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빨려들 거다.

Q. 구면이지만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처음이네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위스테이별내 커뮤니티센터에서 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범수라고 합니다. 현재 입주해 살고 있는 조합원이기도 하고요.

Q. 저는 아파트에서 일하는 것을 상상해본 적이 없어요. 가장 가깝지만 무심했던 자리였거든요. 커뮤니티센터에서의 일은 어때요?

이를테면 시설 사용 신청을 관리하고 조율하는, 시설 관리와 사용에 관한 업무가 주를 이루고요. 그 사이로 통통 튀는 사건들이 생겨요. 특히 사람들이 자주 이용하는 시설의 유지와 보수는 갑작스럽게 발생할 때가 많아, 해야 할 일이 계속 바뀌는 것 같아요. 복합적이죠. 지금은 시스템을 갖춰가고 있는 단계예요.

Q. 센터장님은 공간을 다루지만, 결국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만지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일을 하며 느껴지는 어려움은 없나요?

저는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같은 전공으로 대학원을 나왔어요. 그 후 가족복지를 다루는 현장에서 8년 정도 근무했는데요. 이전에는 실행을 위한 모든 환경이 사전에 갖춰져 있었다면, 이곳은 외부의 레퍼런스를 참고해 우리에게 맞게 처음부터 시스템을 조성해야 한다는 점이 어려워요. 특히 커뮤니티센터는 예상했던 것보다 필요한 작업이 많아요. 처음에는 단순히 조합원들을 지원하고 커뮤니티 프로그램 만드는 걸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지역사회를 비롯해 다양한 주체들과 소통하고 연계하는 동시에 커뮤니티를 돌봐야 하기에 꽤나 많은 품이 들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위스테이별내는 스타트업 같고, 많은 인사이트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위스테이에 입주하기 전부터 조합과 더함이 만들어왔던 경험과 자료가 튼튼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어요.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 모여 조합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고 서로의 케미스트리를 다질 수 있었기에 지금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 결과물을 재가공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네요.

Q. 위스테이 내부에서 얻었던 인사이트가 있었나요?

종종 ‘아이들에게서 배운다’고 하잖아요. 저도 위스테이에서 아이들을 만나며 많은 인사이트를 얻어요. 공동체의 문제도 어른들의 힘으로만 해결할 게 아니라 아이들에게 맡길 수 있다는 생각도 들고요.

 한 번은 동네카페 의자 다리에 소음 방지용으로 테니스 공을 부착하는 작업을 했어요. 예상보다 많이 수고스러운 작업이었는데 카페에 있던 아이들의 도움으로 생각보다 쉽고 빠르게 끝낼 수 있었어요. 아이들도 동네 구성원으로서 이런 일에 참여할 수 있겠구나 하는 인사이트를 얻었죠. 그 후로 작은 일이 있을 때마다 심심해하는 동네 아이들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아이들은 참여를 통해 자연스레 일하는 방법을 알 수 있고, 저도 아이들을 통해 또 다른 방식을 배우게 돼요.

Q. 별내에 오기 전, 세계여행과 지역살이를 했다고 들었어요.

아내와 얻은 첫 집은 상도동의 1.5칸짜리 주택이었어요. 방은 좁았지만 주택 옥상에 올라가 빨래 너는 게 큰 기쁨이었죠. 외국에 나갔을 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는데 되게 좋았어요.

직장을 퇴사한 후 아내와 8개월 정도 세계 여행을 떠났어요. 당시 세계여행이라고 하면 보통 주어진 시간 안에 얼마나 많은 곳을 찍고 왔는지를 기준으로 이야기했거든요? 그런데 저희는 한 도시, 한 동네에 진득하게 머무르고 싶었어요. 소위 ‘한 달 살기’였죠. 어떤 곳이든 오래 체류하다 보면 처음에는 보이지 않았던 동네의 모습이 드러나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Q. 전 세계가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저도 진즉 다녀왔어야 했는데 말이죠. 8개월 동안 어떻게 다녔어요?

저희는 에어비앤비를 통해 집을 구했어요. 도심의 숙소는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조금 걷더라도 외곽에 위치한 곳을 택했죠. 아내와 달리 평소 걷는 걸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여행의 시작이 산티아고 순례길이었기 때문에 이런 선택이 가능했어요. 40일간 900km 코스를 걸었거든요.

Q. 저는 걷는 걸 좋아하는데요, 특히 여행을 가면 더 많이 걷는 것 같아요. 동네를 알아가는 재미도 있고요. 특히 인상적이었던 동네가 있었어요?

멕시코와 쿠바요. 멕시코는 도시 자체에서 느껴지는 힘이 있어요. 그 활기가 뿜어내는, 보이지 않는 색깔 같은 게 느껴지더라고요.

 가장 인상 깊은 인사이트를 얻었던 건 쿠바예요. 쿠바는 계속 서구식으로 개발되어 가고 있지만 여전히 개발 이전에 머물러 있는 곳이 많아요. 물자, 자원이 부족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껴 쓰는 문화가 스며 있는데요, 이 문화가 특히 기억에 남아요. 이를테면 식당에서 포장을 해가고 싶으면 집에 있는 냄비나 그릇을 가져가는 거죠. 심지어 아이스크림도 그렇게 해요. 여행을 가기 전에는 일회 용기 사용을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 없었는데, 쿠바의 현장을 보며 그들의 방식이 어쩌면 기후와 환경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촉매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우리가 벌이는 환경에 관한 운동, 캠페인이 쿠바에서는 자연스러운 문화였던 거죠.

Q. 쿠바에서의 인사이트를 위스테이에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맞아요. 특히 환경 문제는 조합에서도 같이 고민하는 부분이기도 해요. 수많은 재활용 쓰레기가 매일 쏟아져 나오는데, 굳이 포장되지 않아도 되는 것들에 쓰이는 포장재로 엄청난 쓰레기가 나오잖아요. 이것들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고, 그 고민의 결과로 시설 내 정수기에 일회용 컵을 비치하지 않고 있어요. 조금 불편하더라도 텀블러나 개인 컵 가지고 다니기를 요청드려요. 나아가 화장실에 비치된 핸드타월도 줄일 생각이에요. 오래지 않은 과거에는 많은 사람들이 손수건을 휴대하곤 했거든요. 물론 불편을 호소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앞으로 이런 문화가 자연스러워졌으면 해요.

그런 점에서 제 역할은 우리 마을에서 실천해 나갈 수 있는 것들을 발견하고, 조합원들과 함께 고민하는 거예요. 최근에는 동네지기님 제안으로 많이 버려지는 아이스팩을 수거해 남양주시에서 종량제 봉투와 교환하기도 했어요. 남는 걸 다시 활용하고, 자원을 순환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만들어가고 싶어요.

Q. 세계여행을 다녀오고 나서는 삼천포에 자리 잡았다고요.

삼천포에서는 전세 4천만 원짜리 아파트에 살았어요. 서울과 가격 차이가 엄청나죠?(웃음) 조금 낡기는 했지만 발코니에만 나가도 석양을 볼 수 있었어요. 특히 실안이라는 지역의 석양이 유명한데, 그걸 집에서도 볼 수 있는 거예요. 뒤편에는 와룡산이라는 멋진 풍경이 있었고요. 그런 환경이 저에게 큰 인사이트를 줬던 것 같아요. 차 타고 5분만 나가면 바다가 나왔고요.

그 아파트에서는 매달 한 번씩 모든 주민이 모여 복도 물청소를 하곤 했어요. 불참하는 세대는 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는데, 당시의 저는 절박했기에 항상 참여했죠. 이른 시간에 기상하는, 연령대 높은 세대가 대부분이라 오전 6시에 모여 청소를 시작했어요. 아파트에서 이런 식으로 사람들이 모인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고요.

Q. 거기서 카페를 하셨다고 했는데, ‘동아 문구’라는 간판을 보니 알 것 같아요. 거기에서 인증샷을 찍은 유명 마케터의 계정에서 봤거든요.

배달의 민족 출신의 김규림, 이승희 마케터님들을 말씀하시는 것 같네요. 와 주셔서 감사했습니다.(웃음) 간판은 일부러 건들지 않았어요. 교체 비용도 부담스러웠고요.

카페의 이름은 ‘발견의 기쁨’이에요. 삼천포의 카페는 관광지인 해안 근처에 밀집돼 있었는데, 우리는 로컬들이 사는 동네에 있었거든요. 사람들이 관광지에 비해 허전한 동네를 걷다가 이곳을 발견하면 되게 기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Q. 인기 메뉴가 뭐였어요?

지금처럼 날이 추워지면 ‘윈터브리즈’라는 커피를 만들었어요. 시나몬과 흑당이 들어가 달콤 쌉쌀한 맛이 나요. 또 하나는 ‘라떼텐저린’이요. 오렌지 베이스를 넣고 위에 오렌지를 얹어 내는데 이것도 달콤해서 여성분들이 많이 찾아 주셨어요.

저희는 모카포트로 커피를 내렸는데, 삼천포에는 이런 곳이 흔치 않았어요. 이런 생소함 때문에 외진 곳이었음에도 많은 분들이 발걸음 해 주셨던 것 같아요.

Q. 그 메뉴들을 동네카페에서도 맛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웃음) ‘발견의 기쁨’ 다음에 들어선 브랜드나 업체가 있었나요?

아쉽게도 없네요. 공간 자체는 좋았지만 통행이 적은 외진 곳에 있었으니까요. 멀리서 부러 찾아 주셨던 카페 애호가들이 있었는데, 그분들 이야기로는 이게 진주에만 있었어도 잘 됐을 거라고 했어요. (웃음)

Q. 거주 역사가 재밌어요. 요즘은 모두 정착하려고만 하는데 센터장님은 집도, 생활도 계속 바뀌었으니까요. 센터장님에게 집은 어떤 의미예요?

 저에게 집은 편안한 공간이에요. 여기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내밀한 사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과 안전하다는 의미가 있어요. 저는 주변의 이웃들을 알고, 이해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내 집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집의 개념이 조금 넓은 거죠. 단지를 내 것처럼 아끼고, 편하게 쉬고 누리면서 이곳을 방문하는 타인에게도 너그럽게 대해줄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Q. 위스테이 전체가 센터장님의 일터이자 삶터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요즘 일과 생활의 밸런스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논의되고 있잖아요. 센터장님은 밸런스가 잘 맞는 편인가요?

퇴근하고 돌아갈 때, 주말에 단지 내에 얼굴을 비출 때 종종 커뮤니티와 관련된 질문이나 요청을 받아요. 근데 쉬는 날이라고 무턱대고 거절할 수 없잖아요. 요즘 말로 온 앤 오프가 필요할 때가 있는데 여기서는 그게 어려울 때가 있는 것 같아요.

Q. 온 앤 오프를 잘 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네요.

맞아요. 업무 특성상 출퇴근의 경계가 모호하고, 종종 예상치 못한 질문과 전화를 맞닥뜨리죠. 처음보다 확실히 나아졌지만 여전히 제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고, 개인적으로 가장 큰 이슈이기도 해요.

Q. 저는 종종 업무 스트레스를 잘 컨트롤하지 못해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때가 있어요. 특히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 피로감이 전달될 때 마음이 아픈데요. 센터장님은 어떠세요?

저도 그럴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스스로는 일의 연장이라고 생각하며 넘어갈 수 있지만, 함께 사는 가족들은 저를 불편하게 느낄 수 있겠죠. 부모님도 그런 저를 안쓰럽게 보실 텐데, 아내는 특히 더 그랬던 것 같아요.

Q. 지금은 어때요?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퇴근 후에는 가급적 전화를 받지 않으려고 해요. 웬만하면 사무실로 연락할 수 있도록 안내를 하기도 하고요.

Q. 피치 못할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경계를 찾아가는 모습에서 에너지가 느껴져요. 살고자 하는 의지 같기도 하고요.(웃음) 요즘은 쉬는 날에 뭐 하세요?

저와 아내는 볕 쐬는 걸 좋아해요. 처음에는 동네 카페 앞이나 잔디광장 근처에 자리를 잡고 해를 맞으며 책을 읽곤 했는데요. 요즘에는 단지 밖으로 나가거나 집에 놓인 빈백에 앉아 광합성을 해요.

요즘 집값이 계속 오르고 있잖아요. 근데 비싼 돈을 내고 집을 사거나 임대한 사람들이 집에서 쉬지 않고 밖으로 나간다는 거예요. 그 외출의 이유를 고민한 글을 봤는데, 크게 와닿았어요. 그 후로 집에서 쉬는 시간을 늘리고 있어요. 집은 편안하고 아늑한 쉼터여야 하니까요. 이 공간과 조금 더 친해지면 휴식에 대한 문제는 좀 더 가벼워질 것 같아요.

Q. 지금은 일과 휴식의 적정한 경계를 찾는 중에 있지만, 곧 자리를 잡을 거라 믿어요. 왜냐하면 인터뷰했던 다른 분들도 위스테이를 하나의 커다란 집으로 생각하시는 것 같았거든요.

맞아요. 그래서 백 개의 학교가 조합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것 같아요. 구성원들이 꾸준히 만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서로의 공동체상을 조율해 가는 거죠. 해당 분야에 관심이 있거나 오랜 경험을 하신 분들이 수업을 이끌고 있어요. 나아가 그 분야를 생업으로 삼고 계신 분들에게 수강료를 지급할 수 있다면 여기에서 또 다른 일자리가 창출되겠죠. 그렇지 않은 분들에게는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장이 되겠고요.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경제적 안정을, 다른 누구에게는 자아실현의 기회를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Q. 백 개의 학교에 벌써 20개가 넘는 수업이 생겼다고 들었어요. 직원이 아닌, 입주민으로서 참여하고 싶은 모임이 있다면요?

전부 다요.(웃음) 그중 하나를 꼽자면 목공을 배우고 싶어요. 시간도, 환경도 여의치 않으니 못하고 있지만요.

세상에는 숨은 장인이 있잖아요. 엄청난 전문가는 아닐 수 있지만 오랜 시간 취미활동을 하며 퇴적된 구력이 있는 사람들이요. 동아리 활동을 지켜보면 그런 분들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탁구 동아리를 이끄는 분도 아마추어로 활동하고 계신 실력자고, 라인댄스 현업에서 강사로 활동하시는 분이 라인댄스 동아리를 이끌고 계시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니 동아리 활동도 훨씬 유익한 것 같고, 배우고 싶어져요. 동아리 활동의 가장 큰 의의는 이런 숨은 장인들을 찾게 됐다는 데에 있는 것 같네요.

Q. 아파트에서 모임과 교류가 이렇게 체계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이 신기해요. 저도 이곳에 살았다면 센터장님처럼 모든 수업에 참여하고 싶었을 거예요.(웃음)

 시설이나 공간 등, 외적인 부분을 보자면 다른 아파트와 큰 차이점은 없어요. 하지만 바깥의 아파트에서는 커뮤니티 시설이 있어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큰돈을 내고 바깥에 운영을 맡기기도 하고요. 그런데 우리는 이곳에 살면서, 운영까지 한다는 점이 다른 것 같아요. 나아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내부를 채우기 위한 사람들의 고민이 존재한다는 것도 차이점이 될 수 있겠네요. 단순히 경제적인 이익만을 생각하면 절대 진행할 수 없는 시도도 여기서는 다양하게 이뤄지고, 그런 시도를 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도 다른 곳과 구분되는 것 같아요. 백 개의 학교도 그래서 가능한 것이 아닐까요?

Q. 함께 하며 어우러지다 보면 언젠가 호흡이 척척 맞는 하나의 덩어리가 되겠죠. 물론 모두 그렇지는 않겠지만요.

맞아요. 커뮤니티에 대한 상이나 기대하는 바가 다르고,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다 보니 나아가는 과정에서 마찰이 생기기도 하죠. 그걸 조율하고 어떻게 합의를 끌어낼지가 지금의 과제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위스테이는 자신을 투자하지 않으면 굴러가기 어려워요. 바꿔 말하면 이곳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커뮤니티를 위해 조금이나마 헌신하고 있는 거죠. 모두가 단순히 좋은 공간, 서비스를 받기만을 원한다면 지금의 형태가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해요.

Q. 그렇다면 앞으로의 과제는 앞서 말씀하신, 서비스만을 원하거나 참여를 주저하는 분들을 포섭하는 일일 것 같아요.

맞아요. 나아가 이곳에 사는 사람뿐 아니라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고민도 이뤄져야 하겠죠. 아파트 현장에서 처음 일해 보니 보여지는 부분 뒤에는 관리사무소 직원들, 미화를 책임지는 벼리님들과 보안관님들의 고군분투와 사건들이 있더라고요.

아파트를 유지하는 데에는 관리사무소 직원들의 역할도 있지만, 거주하는 사람들의 역할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위스테이 같은 공동체 아파트가 나아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역할이 고민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단순히 커뮤니티 시설을 이용하는 것을 넘어 내가 사는 곳을 어떻게 인식하고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 말이에요. 택배 노동자를 지상으로 출입하게 하느냐 마느냐의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아파트에 우리들의 생활에 맞물려 있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거죠.

Q. 60+센터에서는 이미 구성원들을 꾸려 내부 미화 작업을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아파트에서 일하는 분들이 내 이웃이라면 그들을 대하는 태도 또한 달라질 것 같아요.

맞아요.

Q. 센터장님이 바라는, 위스테이의 모습이 있을까요?

구성원들이 각자의 사연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서로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며 겪어보지 못한 삶을 선험(先驗) 하는 거죠. 그 인사이트를 통해 우리는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을 거예요.

가령 진로 고민에 빠진 학생이 그것을 앞서 경험한 사람을 마을 안에서 만나고 이야기를 나눈다면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은 보다 줄어들겠죠. 제가 전공을 선택했을 때에는 그런 경험을 들을 수 있는 인생 선배가 없었거든요. 가보지 못한 세계를 경험시켜줄 이웃이 근처에 있었다면 제 선택은 달라졌을지도 몰라요. 어쩌면 위스테이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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