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and Culture

명동의 표정을 볼 수 있는 한국의 명소가 되면 좋겠어요

페이지 피플 인터뷰
사회혁신기업 더함 이성덕 실장

[페이지 피플] 코로나19 확산으로 곳곳이 얼어붙어 가던 서울의 중심부, 명동. 여기에 단절된 관계를 연결하고 공간의 가치를 새롭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변하는 시대 속, 예술과 문화에 대한 담론이 오갔던 명동의 정신을 재해석하고 현재로 연결해냅니다. 그리고 그들의 가치는 한국YWCA연합회관을 리모델링한 소셜커뮤니티타운, 페이지 명동으로 거듭났습니다. 페이지 명동을 통해 변화를 추동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Q. 간단한 자기소개와 페이지 명동 프로젝트에서의 역할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더함 공간기획실 이성덕 실장입니다. 25년간 설계 사무실에서 설계, CM(Construction Management), 감리 등의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페이지 명동 프로젝트에서는 설계와 시공을 관리했어요.

Q. 페이지 명동은 오랜 역사의 한국YWCA연합회관을 리모델링하는 프로젝트였는데요. 건축물을 리모델링하는 사례가 드문 요즘, 이 프로젝트의 의미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동안 주거지를 설계, 감독하는 업역에서 주로 일해 왔던 터라 상업시설을 리모델링하는 경험은 처음이었습니다. 프로젝트를 통해 개인적으로도 여러 인사이트를 얻고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한국YWCA연합회 건물은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됐을 만큼 유서 깊은 건축물입니다. 그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줄 수 있는 외관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시대에 맞는 감성으로 내부를 새롭게 바꾼다는 일 자체가 뜻깊은 시도라고 생각해요.

Q. 오래된 건축물은 종종 도시와 동네의 랜드마크가 되곤 하는데요. 만약 페이지 명동 프로젝트가 리모델링이 아닌 재건축이었다면, 명동의 모습은 많이 달라졌을 것 같습니다.

좋은 공간과 건축물은 주변과 환경, 공공성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건물과 공간은 근처를 지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인사이트를 줄 수 있고, 그 안에서 많은 활동이 일어나니까요. 비단 건물과 땅을 가진 사람들만의 것이 아닌 셈이죠.

Q. 페이지 명동에서 가장 애정하는 공간이 있으신가요?

6층의 공간웰컴과 7층의 공중정원이요. 특히 공중정원에는 나무와 수풀을 심기 위해 20~30센티 정도 흙을 쌓아야 했는데, 그걸 하기 위해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구조를 보강했어요. 되게 비싼 식물들인 셈이죠.(웃음)

Q. 어떻게 보면 자연이 주는 치유의 느낌을 고려해 돈을 아끼지 않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맞습니다. 공공성을 위해 그만큼의 돈을 투자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죠.

Q.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받은 인사이트도 상당할 것 같습니다.

리모델링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웃음) 개인적으로 보람찼던 포인트가 조금 있는데요. 리모델링 설계하신 분께서 사방의 창을 열리도록 디자인했는데, 그 중 남측면(명동성당 방향)의 설계를 조금 디벨롭시켰던 점이에요. 명동성당의 모습이 더욱 잘 보이도록 아래쪽에 있던 작은 창과 큰 창의 위치를 바꾸어 주었어요. 덕분에 그 풍경이 오롯이 눈에 들어오게 됐죠. 위쪽의 창은 손이 닿지 않기 때문에 전자동으로 여닫을 수 있게 했어요.

Q. 페이지 명동 프로젝트를 통해 가져오고 싶은 변화가 있으신가요?

페이지 명동이 명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느 나라를 가도, ‘꼭 가봐야 하는 곳’이 존재하잖아요. 여기가 그런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여행지의 카페에 앉아 있으면 거리 저마다의 표정이 있다고 느껴지거든요. 특히 3층에 식당이나 카페가 생겨 커피를 마시며 명동의 표정을 볼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기대가 있습니다.

Q. 코로나19로 대면할 수 없는 상황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일각에서는 오프라인 공간의 중요성이 줄어들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어요. 실장님이 생각하시기에 앞으로의 사회에서 오프라인 공간은 어떤 역할을 차지할까요?

온라인, 비대면이라는 것도 결국 공간이 있어야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거거든요. 그래서 저는 오프라인의 중요도가 더 높아질 거라 생각해요. 물론 공간이나 시설의 성격은 크게 달라지겠죠. 개인적으로는 주거 분야에서의 수요가 높아질 것 같아요. 비대면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공간의 면적에 대한 요구라든지, 그 안을 채우는 가전 등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 같거든요. 코로나 시대에 맞는 공간으로 변하는 거죠. 이건 리테일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Q. 오프라인 공간의 중요도가 높아질 거라는 말씀이 인상적인데요. 공간과 그 내부를 채우는 사람들(커뮤니티)에 대한 생각도 조금 다르실 것 같습니다.

다양한 경험을 하고 추억을 남길 수 있는 공간, 커뮤니티가 좋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예상치 못하게 조우한 순간들이 보다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이를테면 페이지 명동은 겉보기에 이전의 한국YWCA연합회 건물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내부로 들어서면 예상치 못한 공간과 분위기가 기다리고 있거든요.

조금 자세하게 들여다보자면 그것이 품은 의외성만큼이나 주변 환경과 잘 어우러지는 공간이 좋다고 생각해요. 가령 명동과 테헤란로의 건물은 각각 다른 외관을 가지고 있겠죠. 주변 건물을 포함한 환경과 어떻게 소통하는지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커뮤니티는 결국 좋은 사람으로 귀결되는 것 같아요. 우리는 삶에서 만나는 관계를 통해 즐거운 삶을 누리게 되니까요. 저는 일반 아파트에 살다가 다섯 가정과 함께 2년 반 동안 공동주거를 하고 있는데요. 코로나19로 외출이 제한되는 지금 같은 상황 속에서도 위축되지 않고 서로 잘 지내고 있어요. 모임 인원이 제한되기 전까지는 영화를 함께 보기도 했고요. 아이들과 놀거나 주방에서 함께 먹을 걸 나누기도 했어요.

Q. 주거의 변화로 달라진 것이 있을까요?

아파트에 살았을 때 주말은 특별하지 않았어요. 옆집 사람과는 인사치레 정도만 했죠. 지금은 함께 사는 모두가 어떤 삶을 사는지 거의 다 알고 있어요. 일주일에 한 번 저녁을 먹고, 한달에 한 번 예배를 함께 보며 속 깊은 것들까지 나눌 수 있죠.

Q. 주거 커뮤니티는 실제 생활에 닿아 있다 보니 꽤나 끈끈한 느낌이 있어요. 하지만 도시 안에서의 커뮤니티는 쉽게 잡히지 않는데요. 만약 페이지 명동에서 커뮤니티가 생겨난다면, 어떤 것이 좋을까요?

취향의 공동체가 될 것 같아요.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것을 나누고, 같은 것을 배우며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겠네요. 어떤 용도의 공간이든, 커뮤니티는 서로가 가진 것을 나누는 데서 시작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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