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and Culture

놀담, 아이의 삶과 양육자의 삶이 도담도담 자라나는 곳

# 놀담 문미성 대표 인터뷰 (1)

[With 더함] 더함과 좋은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사람, 회사들을 만나 봅니다. 좋은 친구를 통해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처럼, 좋은 파트너십을 통해 더 나은 더함으로 성장할 수 있으리라 믿어요. 더함의 좋은 친구가 되어 주세요.

‘놀담’. ‘놀이를 담는다’는 뜻이기도 하고, 아이가 놀이를 통해 도담도담 잘 자라나는 모습🐣🐥을 함축한 말이기도 합니다. 소리 내어 읽을 때는 아기자기한 느낌의 이름이지만, 놀담의 문미성 대표님을 인터뷰하는 내내 대표님의 커다란 포부에 깜짝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예컨대, 육아하기 척박한 명동 도심에 🚩’키즈 프렌들리’라는 깃발🚩을 꽂겠다는 말, 그리고 ‘돌봄의 일상적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곧 엄청난 사회혁신이라는 말에서요. (인터뷰 내내, 감동의 소오름)

시간당 비용 거래로 채워지는 돌봄 서비스를 넘어, 동네를 거점으로 한 돌봄의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놀담의 비전을 들었을 때, 놀담과 더함은 만날 수밖에 없는 ‘운명’ 🙊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돌봄을 통해 쌓아올린 돌봄의 역량을 장기적으로 커뮤니티 안에서의 노인돌봄, 장애인돌봄의 영역으로 확대해 가고 싶다는 비전 역시도 더함의 비전과 정말 많이 닮아 있었고요.

이렇게나 육아하기 척박한 명동 도심에 키즈 프렌들리라는 깃발을 꽂는다는 건요. 굉장히 선언적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더함과 놀담은 이 사막에서조차도 오아시스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회사라는 걸 보여 주고 싶어요.” (놀담 문미성 대표)

사막에서조차도 오아시스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회사. 몇 번을 읽어도 너무 멋있는 말인데요. 더함과 앞으로 함께 오아시스를 만들어 가요! 🙂

# 놀담, ‘밥과 잠이 맛있어지는 놀이’를 꿈꾸다

Q. ‘놀담’의 간단한 소개와 창업 계기에 대해 듣고 싶어요.

놀담은 3세~10세 아동들을 대상으로 방문 놀이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요, 다른 서비스와 차별되는 점은 대학생 놀이시터가 매칭된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어요.

사업의 아이템은 동생 덕분에 얻게 됐어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막둥이 동생이 있거든요. 저는 기억이 안 나는데, 저희 부모님이 제가 동생을 낳아 달라고 떼를 썼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부모님이 두 분 다 일하는 양육자이셨는데, 막내가 어린이집에 갈 3~4살 되었을 무렵부터 한계를 느끼셨던 것 같아요. 어머니가 복직 후 어려움을 겪으셨을 때, 둘째와 동생을 많이 돌봤죠. 특히나 대학생이 되고 나서부터는 자취의 꿈을 버리고 동생을 거의 같이 키우면서 지냈습니다.

동생을 오래 돌보다 보니, 동네에서 ‘별이 언니’라고 불렸어요. 특히 “별이 언니랑 놀다 오면 애가 밤에 잠을 잘 잔다”는 걸로 유명해져서 어머니들이 아이를 많이 맡기고 가셨어요.(웃음) 그걸로 용돈벌이를 하기는 했지만, 그게 사업이 될 거라고는 생각을 못 하다가 창업을 결심하고 준비하면서 구체화하게 되었어요.

언더독스라는 기관에서 창업 교육을 8주 정도 받고, 끝으로 데모데이 때 발표했던 아이템이 ‘대학생 놀이 시터’였어요. 그때가 2015년 7월이었는데, 양동수 대표님께서 심사위원 중 한 분이었죠. (웃음) 당시에는 한 축으로 ① 정부 아이돌봄 서비스가 존재했고, 또 다른 한 축으로는 ② 돌봄 구인구직 사이트 정도가 있을 때였어요. ‘시터넷’, ‘맘시터’ 이런 사업들이 인기 있었지만, 서비스의 A부터 Z까지, 시터를 심사하고 교육하고 매칭해서 관리까지 하는 사업은 없었거든요. 게다가 대학생이 ‘돌봄의 공급자’가 된다는 콘셉트이다 보니, 굉장히 신선하게 받아들여졌죠. 좋은 평가를 받으며 사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2015년 언더독스 창업학교 당시, 사업 아이템에 대해 프레젠테이션하고 있는 문미성 대표의 모습이다. (사진 제공: 놀담 문미성)

2015년 언더독스 창업학교 데모데이 때, 같은 기수 멤버들과 촬영했던 사진. 맨 우측이 놀담 문미성 대표이다. (사진 제공: 놀담 문미성)

Q. 육아 스트레스가 꽤나 크셨겠어요.

내 시간을 어찌할 수 없다는 게 참 힘들었어요. 제가 가정의 유일한 돌봄 대안이라는 것이 주는 부담감이 있었죠. 그래도 한편으로 동생이 잘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볼 때 뿌듯하기도 해요. 부모님의 역할이 무엇보다 크겠지만, 동생의 성장에 나도 기여한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들면 기분이 좋아지죠.

# 놀이를 담다, 아이가 원하는 시간을 담다

Q. 기존의 인터뷰 내용이나 자료들을 살펴보니, ‘아이들과 함께 노는 주체’로서 대학생 시터(놀이활동가)들을 설명하시던데요. 이 부분이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

예전에는, 소셜 미션이 선하고 정의로운 무언가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소셜 미션을 추구하는 게 비즈니스적으로도 적합한 거죠. 우리가 비즈니스를 할 때, ‘소비자’ 특히 ‘엔드유저’에게 귀 기울여야 한다고 하잖아요. ‘구매자’는 돈을 내는 양육자이거나 보호자일 테지만, 실제로 아이들이 ‘너무 좋았다’ 내지는 ‘다음 주에도 선생님을 만나고 싶다’고 해야 서비스의 재구매가 이루어지거든요.

아이들이 싫어하는데 억지로 하는, 양육자가 죄책감이 들게 하는 그런 돌봄 서비스는 다른 대안이 생기면 언제든 대체될 수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아이가 원하는 시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고객의 일상 속으로 파고드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고요.

아이들이 보내는 하루 일과 중 상당 시간이 보호자나 교사가 바라는 시간으로 채워지는데, 놀담의 시간만큼은 아이 중심이면 좋겠어요. 원래 방과후 2~3시간 정도는 어른들이 개입했던 시간이 아니거든요. 원대한 미션 때문이라기보다는 제 동생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그 시간만큼은 지켜 주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어요.

‘놀담’이라는 네이밍에도 이런 철학이 녹아 있는데요. ‘놀이를 담다’라는 뜻이에요. 그리고 놀이를 담을 때에는 무언가로 꽉꽉 채우기보다는 소담하게 담고 싶어요. 또 한 가지, ‘놀이’라는 단어와 ‘도담도담’을 합친 것이기도 한데, 도담도담은 어린아이가 탈 없이 잘 놀며 자라는 모습을 의미하는 말이에요. 놀담을 통해 대단한 뭔가를 얻기보다는, 삶을 도담도담 잘 자라날 수 있는 스킬을 배우면 좋겠습니다.

Q. 놀담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놀이문화는 무엇일까요?

놀이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실 ‘상호작용’이거든요. ‘놀담의 놀이’ 하면, 케미스트리가 팡팡 터지는 상호작용이 가장 머릿속에 그려져요.

그리고 어떤 놀이활동가분을 만났을 때 ‘발산하는 놀이가 좋은 놀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이게 머릿속에 깊이 박혀 잘 잊히지 않더라고요. 사실 어른도, 아이도 발산하는 방식으로 여가를 보낼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없어요. 나에게 인풋되었던 것들을 발산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밥과 잠이 맛있어지는 놀이’랄까요! (웃음)

놀담의 대학생 놀이시터들과 아이들. 놀담이 추구하는 놀이는 ‘발산할 수 있는 놀이’이며, ‘밥과 잠이 맛있어지는 놀이’이다. (사진 제공: 놀담)

Q. 놀이 활동가 교육에 대한 말씀 주셨는데, 대학생 놀이활동가분들과 아이들이 수평적으로 만날 수 있도록 교육하시는 내용 짧게 들어 볼 수 있을까요?

놀담의 놀이 교육은 ‘노리엔테이션’(놀이+오리엔테이션)이라고 불러요. 노리엔테이션 내용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아이를 가르치고 지도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이미 완성된 존재라고 받아들이는 것이에요.

이게 텍스트로 쓰여 있을 때는 다들 끄덕끄덕 하는데, 그게 진짜 내 마음이 되고 태도가 되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이거든요. 노리엔테이션을 2시간 정도 들으면서 가랑비에 옷 젖듯이 아이는 위대한 존재이고, 이미 완성된 존재라는 걸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이의 잠재력을 깨우는 것뿐이죠.

사업 초기에는 저도 놀이시터로 경험을 쌓으면서 상황별 대처법을 터득해 갔어요. 이런 노하우 하나하나가 놀담의 자산입니다. 서비스 구축 초기에는 관련된 문헌도 많이 읽었고, 전문가들을 만나 조언도 많이 들었어요. 그 과정에서 발도르프 교육이나 레지오 에밀리아 접근법 같은 구성주의에서 파생되는 철학들을 ‘놀담’에 많이 가져왔고요, 연령별로 필요한 놀이들을 적절하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놀이 서비스를 담당하는 팀을 ‘놀랩(lab)’이라고 불러요. 그만큼 좋은 놀이에 대한 연구를 하는 데 시간과 공력을 많이 투입합니다.

놀담에 등록된 대학생 놀이시터분들은 이런 연구와 노하우로 만들어 낸 자체 교육에 참여하고, 각종 가이드 및 서류를 숙지한 후에 활동을 시작하고 있어요.

놀이서비스 담당팀 ‘놀랩(lab)’은 좋은 놀이에 대한 연구를 하는 데 많은 시간과 공력을 투입한다. 놀담에 등록된 대학생 놀이시터들은 이러한 연구와 노하우로 만들어 낸 자체 교육에 참여하고, 각종 가이드 및 서류를 숙지한 후에 활동을 시작한다. (사진 제공: 놀담)

# 힘들지만 분명 말할 수 있는 것,
“오늘 되게 재밌었어!”

Q. 회사를 설립하고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였나요?

항상 ‘지금’ 같아요. 한 고비 넘기면, 또 다른 레벨의 문제들이 항상 등장해요. 지나고 나서 돌이켜보면 별로 힘들지 않은데, 당시에는 정말 너무 힘들곤 하죠. 창업하고 열심히 하다 보면 좀 여유가 생길 줄 알았지만, 매번 새로운, 그리고 절대 못할 것 같은, 숨이 차도록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야 했어요.

Q. 항상 지금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어려운 상황들을 다 이겨내고 성장해 오셔서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확실히 그렇게 느껴요. 6개월 전, 1년 전, 2년 전의 저를 생각하면 정말 많이 부족했어요. 준비나 수련 기간을 오래 갖지 않고, 일단 상황 속에 던져지다 보니, 저에게 기대되는 수준이 항상 저의 키 두 배만큼이었어요. 거기에 맞추고 맞추고 하다 보니, 더 좋은 사람이 되어 가는 것 같아요.

그게 무엇이든 수월하다고 느꼈던 적은 없어요. 다만 “오늘 되게 재밌었어, 되게 짜릿했어, 많이 깨부셨어, 많이 쌓았어” 이런 건 있는 것 같아요.

Q. 창업 후 가장 보람을 느끼셨던 순간은 언제일까요?

저희 부모님이 살고 계신 집 앞에 내가 모르는 아이와 내가 모르는 놀담 선생님이 놀고 있던 모습을 본 적이 있어요. 퇴근해서 터벅터벅 본가로 들어가던 길이었는데, 집 앞 공원에서 “놀담 모여~” 하는 거예요. 봤더니 모르는 선생님과 모르는 아이들이 놀고 있었어요. 신기해서 한참을 구경했어요. 더 크게 “놀담~”이라고 외쳐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요.(웃음) 그때가 해질녘이었는데, 그날의 공기, 분위기,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게 그려져요. 이런 모습이 많아지면 진짜 뿌듯하겠다 싶었죠. 사무실에서 숫자만 보고 있을 때는 감이 잘 안 오는데, 실제로 놀이 현장을 보게 되면 감회가 새로워지죠.

그리고 사실… 저에게 잔상이 오래도록 남고, 몇 번이고 생각할 때마다 기분이 좋은 건 팀원들의 피드백이에요. 팀원분들이 써준 노트, 편지 이런 것들이 너무 소중하죠. 놀담이라는 일터가 본인의 삶에서 어떤 의미인지 들을 때 가장 행복해요. 제가 제일 힘들 때는 팀원분들이 불행해서일 때예요.

Q. 중요한 판단을 내려야 할 때, 우선순위를 어떻게 두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완전 팀을 기반으로 해요. 놀담은 현재 13명 정도의 팀원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팀원분들이 새로 갖게 된 역량, 새로 들어온 분들이 가지고 있는 비전… 이런 것들의 케미가 계속 바뀌는 것 같거든요. 제가 목적에 맞게 모셔오는 것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멤버들이 회사에 녹여내는 가치관이 있어요.

그리고 저는 어려운 건 절대 혼자 판단하지 않아요. 팀원분들에게 진짜 많이 물어봐요. 제가 독단적으로 결정한 게 옳았던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제가 해야 할 건, 나온 이야기들 중에 갖고 갈 것과 놓아야 할 것을 결정하는 정도이죠.

의사결정 과정에 팀원을 많이 참여시키는 게, 정보의 격차도 줄이고, 동력을 만들어 내는 것 같아요. 팀원들의 마음속에도 씨앗을 심어줘야 하거든요. 저의 최초의 생각을 팀원들의 마음속에 심고 그걸 같이 키우려고 해요. 공유 잘하는 리더들이 그런 얘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저도 배운 거죠.

놀담 문미성 대표와 팀원들. 문미성 대표는 팀원들로부터 “놀담이라는 일터가 본인이 삶에서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들을 때 가장 행복하다고 들려주었다. (사진 제공: 놀담)

※※ 본 인터뷰는 2편으로 이어집니다.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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