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and Culture

마음을 만나는 매주 목요일

위스테이별내 입주자 인터뷰
한보람 님

[옆집 사람] 생텍쥐페리의 말처럼, ‘사이’라는 건 서로 떨어져 있는 거리로 측정되는 게 아닌가 보다. 가까이 있어도 먼 사이가 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들이 그렇다. 인사를 한다든가 안부를 묻는 대신, 경계 어린 눈빛으로 서로를 살핀다. 아파트형 마을공동체, 위스테이는 바로 그런 점에서 달랐다. 얼굴도 모르는 내게 먼저 인사를 건네는가 하면, 해 질 무렵에는 단지 안이 자전거 타는 아이들로 복작였다. 순간 단지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집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를 알고 다스린다는 건 한 번 본 공포영화를 다시 보는 것과 비슷하다. 괴물이 나오는 순간을 이미 알고 있기에 차분하게 스크린을 바라볼 수 있듯, 마음속의 괴물이 튀어나와도 ‘왔니’하며 시크하게 받아칠 용의가 생긴다. 치유 활동가인 한보람 님도 그런 사람 같았다. 내면의 좋은 감정과 그렇지 못한 감정을 잘 버무려 가지런하게 정돈할 줄 아는 사람. 그래서인지 그의 방은 참 정갈했다. 그는 목요일마다 그림책 모임을 이끈다.

Q.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해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을 좋아해요. 그 과정을 통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기도 하고, 힘을 얻기도 하고요. 소개가 두루뭉술하죠?(웃음) 미술 심리 상담을 공부하고 관련된 일을 해왔어요. 2017년에 서울시의 ‘누구에게나 엄마가 필요하다’는 주제의 맘 프로젝트가 있었거든요. 거기서의 경험이 너무 좋아 현재까지 그쪽에서 치유 활동가로 활동하고 있어요. 위스테이에서는 20개월 된 아기를 키우면서 그림책 수업과 육아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고요.

Q. 마음이 어지러울 때 그림책을 읽었던 기억이 있어요. 고래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잔잔한 울림이 있더라고요.

그림책은 독자의 생각을 유도하는 여백이 많아요. 그래서 그림책을 읽는 행위는 시를 읽거나 그림을 감상하고, 음악을 듣는 것과 조금씩 닮아 있죠. 어떤 메시지나 그림이 독자의 마음을 건드리는 거예요. 무엇보다 그림책은 활자로만 구성된 책에 비해 문턱이 낮기도 하고요.

Q. 단지 내에서도 그림책 수업을 진행하고 있으시다고요. 네이버 카페에서 봤어요. 지금이 첫 번째 기수인 걸로 아는데, 수업은 어떻게 진행하고 있어요?

우선 제가 선정한 책을 읽어요. 그리고 활동지를 드리는데, 기재된 질문에 대한 답을 그림이나 글로 자유롭게 표현해요. 그림책을 듣고, 보면서 올라오는 감정이나 생각들을 표현하는 거예요. 그다음 짝을 이뤄 이야기를 나누죠. 조금 더 깊은 속내가 드러날 수 있도록요.

Q. 반응은 어때요?

참여하시는 분들이 ‘아파트에서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몰랐다’, ‘내 이야기를 할 곳이 필요했다’는 말을 들려주셨어요. 오래 알고 지낸 친구에게도 드러내기 힘든 속내를 앞으로 더불어 살아갈 사람들과 나누니 굉장히 좋아하시더라고요.

Q. 보람님에게도 뜻깊은 경험이었을 것 같아요.

생활하는 공간에서도 그림책으로 마음을 만나는 일을 할 수 있어 좋아요. 생각해보면 우리 같은 공동체에 정말 필요한 것 같거든요.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온전히 이해를 할 수 있게 되면 상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돼요. 다름을 수용하는 폭이 넓어지고, 깊어지는 거예요. 이런 마음이 바탕이 되어 건강하게 소통할 수 있게 된다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8년간 함께해야 하니까요. 아직 소수에 불과하지만 서로를 통해 몰랐던 자신을 알게 되고, 타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행복하고, 감사하죠.

Q.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나를 이해하고, 그렇게 나를 알게 되면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는 말이 정말 와닿아요. 저도 몇 년간 심리 상담을 받았었거든요.

정말요? 반가워요.(웃음) 내가 먼저 나를 이해하고 위로해 주지 못한 상태라면, 남을 보는 게 쉽지 않을 거예요. 그럴 여유도 없고, 본다고 해도 상대를 온전하게 보기 어려울 수 있어요.

Q. 상담 선생님이 좋았던 게, 저를 교정해 주려고 하는 게 아니라 제 거울이 되어 저를 비춰주시더라고요.

저도 수업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많이 해요. 서로가 서로를 비추는 거라고요. 상대를 통해 나를 들여다보고, 상대는 나를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게 돼요.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함께하는 거죠.

이번 기수 구성원들은 연령대가 다양해요. 30대에서 80대까지 있는데요. 나이 차가 있다 보니 서로에게서 자식과 부모의 모습을 발견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가족들이 끝내 표현하지 못했던 모습을 가늠하고, 헤아릴 수 있게 되는 순간도 있었어요.

Q. 수업을 오픈한다고 했을 때 누가 들어올지 예상됐어요?

아니요, 누가 들어와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어요. 80대 이웃께서 나이가 많은데 괜찮냐고 물어 오셨는데, 기꺼이 가능하다고 했죠. 나이는 정말 상관없어요. 다만 현재 성인 프로그램을 하고 있어 유아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다른 그림책 수업과 협업을 해보면 좋겠다는 말을 한 적 있어요. 수업이 전 연령대로 확장되면 서로의 마음을 만나는 게 더 쉬워질 테니까요.

Q. 전 연령대가 함께 읽는 그림책은 무엇일지, 너무 궁금해요! 수업에 대한 문의도 들어와요?

모임 구성원 중 시니어 활동을 하시는 분이 계세요. 어느 날 그분이 독서토론을 하고 싶은데 조언을 구하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지,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하셨는데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이미 다 가지고 계시다고 말씀드렸어요. 좀 있으면 시작하실 거 같아요.

Q. 그림책 수업은 계속 진행하신다고 했는데, 앞으로의 계획이 뭐예요?

한 기수당 4주의 커리큘럼을 짰거든요. 그런데 첫 번째 기수 분들이 마지막 수업을 앞두고 많이 아쉬워하더라고요.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할지 함께 구상해보자고 그랬죠. 아마도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수업 형태보다 서로 수평적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동아리 형태로 진행이 될 것 같아요. 어쨌든 마음을 만나는 작업은 계속될 거예요.

구체화되진 않았지만 함께 감정일기, 분노일기 쓰기를 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우리에겐 좋은 감정만 있지 않은데, 부정적인 감정이 터부시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자칫 분출되지 못해 병이 되기 쉽거든요. 화라는 감정도 서로의 경계를 지켜 잘 지내보자는, 소통의 시도일 수 있잖아요. 화가 쌓여 큰 분노로 상대를 공격할 정도가 되면 문제가 되지만, 화라는 감정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자연스럽고 당연한 거니까요. ‘우리’라는 의식 아래 안전한 장소에서, 안전한 사람들과 다양한 감정들을 나누는 경험을 했을 때 보다 건강하게, 신뢰를 가지고 소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상담을 해보니 알 것 같더라고요. 좋은 감정만큼이나 그 반대의 감정도 중요하다는 사실을요. 보람님이 계속 소통에 대해 말씀해 주셨는데, 결국 그걸 잘 하려면 먼저 나를 돌아봐야 하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그림책 몇 권 추천해 줄 수 있어요?

가장 먼저 <삶>이라는 책을 추천하고 싶네요. 우리는 살면서 정말 다양한 감정과 순간들을 마주하게 되잖아요. 방황하기도 하고, 칠흑 같은 어둠 속에 갇힌 듯한 순간이 오기도 하고요. 이 책은 결국 그 모든 것이 다 지나간다고 말해요. 그러면서 변하는 게 당연하고, 그렇게 우리는 나아간다고 하거든요. 삶의 어떤 순간에 머무르고 있든, 마음에 와 닿는 장면들이 있을 거예요.

두 번째는 <아나톨의 작은 냄비>라는 책인데요. 어느 날 아나톨에게 작은 냄비가 떨어지고, 그게 아나톨의 몸에 붙어 함께 다니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뤄요. 냄비는 아나톨의 생활에서 종종 걸림돌이 되는데요. 그 과정에서 좌절하고 숨어 버리기도 하지만, 결국 자신과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을 만나 공감을 받고 세상 밖으로 나가게 되는 이야기예요.

마지막은 <곰씨의 의자>라는 책이에요. 나와 상대, 그리고 우리의 관계에 대해 성찰해볼 수 있어요. 책은 서로가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고, 어느 정도의 거리나 경계를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을 던져요. 공동체 생활에서도 각자의 경계, 서로의 거리를 지키는 것에 대한 갈등이 있잖아요. 그런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참고할 수 있을 만한 책인 것 같아요.

Q. 언제 한 번 저희 사무실로 세미나 와주세요.

기회가 된다면요.(웃음)

Q. 아파트에서 이런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부러워요. 전에 살던 곳들은 어땠어요?

살던 곳이 계속 바뀌어서 이런 활동이 있었어도 몰랐을 거예요. 전세를 계약해도, 그게 보장해 주는 2년의 시간이 생각보다 짧더라고요. 동네에 적응되면 떠나야 하는 상황이 반복됐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주변 환경이 좋지 못했어요. 거친 자동차 소리가 들려오는 좁은 골목이었는데, 아이를 키우기에 적합하지 않았거든요. 아이가 바깥의 소리에 화들짝 놀랄 때도 있었고요. 몸의 감각이 곧 어릴 때의 기억인데, 아이가 나중에 기억할 어린 시절이 그런 소리들이라고 생각하니 끔찍하더라고요. 아이를 키우면서 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문제들을 체감하게 됐어요. 단순히 남의 일이 아니라, 나의 현실이 되는 거죠. 

Q. 그러고 보니 위스테이는 차 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고, 뒤로는 산이 있어 고즈넉하다는 인상을 받아요. 바뀐 집에서 느껴지는 차이가 있나요?

가장 크게 느껴지는 것은 각자의 공간이 생겼다는 거예요. 전에 살던 곳에서는 그게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거든요. 지금은 저와 남편, 그리고 아이 각자의 독립적인 방이 있어요.

집이 커지다 보니 아이가 놀 공간도 충분히 마련할 수 있게 됐어요. 입주 후에 아이가 신나서 뛰어노는 걸 보고 좋으면서도 마음이 짠했는데요. 저렇게 뛰어노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가 좁은 곳에서 쳇바퀴 돌 듯 놀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차가 다니는 위험하고 좁은 골목길이 아닌, 집 앞 잔디 광장에서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다는 점도 달라진 것 중 하나예요. 커다란 앞마당이 생긴 느낌이에요. 주인집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큰 차이네요.(웃음)

Q. 듣고 보니 환경이 육아에 있어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 같아요. 다른 분들도 위스테이에 와서는 아이들을 마음껏 내보낸다고 하시더라고요.

환경의 변화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서로를 안다는 거예요. 이사 오기 전에는 자주 가는 가게에서 손님을 알아보는 경우는 있지만, 일상 속에서 이웃끼리 인사를 하며 안부를 물어오는 경우는 드물었어요. 이곳에서는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먼저 인사를 해주는 것이 안정감을 주더라고요.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따스해지기도 하고요.

Q. 특히 아이들에 관련된 에피소드가 단지 내에 구전되는 것 같더라고요. 그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온 마을이 아이를 키운다’는 말을 실감했어요.

맞아요. 생각해보면 제 어린 시절도 그랬던 것 같아요. 모두에게 보살핌을 받는 느낌이었거든요. 인사와 안부는 일상이었고, 단순한 인사치레를 넘어 서로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있었죠. 전에 살던 곳에서는 아이를 키우는 이웃이 있어도 선뜻 친해지기가 어려웠어요. 그런데 위스테이에 오고 나서는 지나가다 마주친 이웃과 이야기도 나누고, 아이가 놀이터에서 친구를 사귀기도 했어요.

아이에게 동네에 대한 구체적인 인상을 심어주려는 생각은 없지만, 안전이 보장된 환경에서 혼자 탐색하고 모험할 수 있게 하고 싶어요. 그러면 충분히 행복한 경험을 얻지 않을까요?

Q. 그러게요. 안전이 보장되어 있을 때 동심의 세계도 펼쳐질 수 있는 것 같아요. 고야와 아영이라는 아이들을 인터뷰했는데, 둘 다 비밀기지가 있더라고요. 집과는 분리된, 자기만의 공간이 있다는 거겠죠. 어디인지 듣지는 못했지만.(웃음)

아이들의 비밀은 어른들의 비밀과는 다르게 취급받는 경우가 많은데요. 저는 아이들의 심리 상담을 진행할 때 아이가 지켜 달라고 한 비밀은 보호자께 말씀드리지 않아요. 대신 아이에게 직접 물어보라고 하죠. 거기서부터 대화는 시작될 테니까요. 제가 만약 그 비밀을 부모님과 공유한다면, 아이는 세상을 불신하게 되지 않을까요? 그런 점에서 아이들끼리 어울리는 문화가 참 좋은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도 각자의 세상이 있는 거잖아요. 놀이터와 잔디광장도 그들의 세계라고 생각해요.

Q. 그런 배려와 존중이 이곳만의 문화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함께 아이를 돌본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기에 가능한 것 같아요.

전에는 그렇게 할 수 없었어요. 육아라는 주제로 친해진 사람들이 있어도 사는 곳이 달라 모이는 것도 쉽지 않았죠. 서로의 육아 방식이 많이 다르기도 했고요. 문제를 함께 고민하거나 아이를 돌볼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어요.

여기서 그림책 수업뿐 아니라 육아 품앗이 모임도 진행하고 있어요. 육아에 대한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들이 있어 함께 만들어갈 수 있겠다는 믿음으로 시작했죠. 오며 가며 친해진 분들이 있었기에 이야기를 꺼내기도 쉬웠고요. 모일 수 있는 공간이 보장되어 있어 만나는 건 자연스러웠던 것 같아요.

Q. 다른 품앗이 모임에서는 어머니들끼리 돌아가며 선생님이 되어준다고 하더라고요.

저희는 각자 아이들과 집에서 노는 것들을 가져와서 공유해요. 이를테면 아이들에게 읽어주는 책을 가져오는 거예요. 현재 다섯 집이 참여하고 있는데, 그러면 다섯 권의 책을 읽게 되잖아요. 아이는 평소에 듣던 엄마 목소리와 함께, 네 사람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더 경험이 확장되겠죠.

11월에는 이웃의 소중한 재능기부로 감각통합 수업이 예정돼 있어요. 그런 소중한 재능을 여기에 써 주신다는 것이 감사하고, 그런 주고받음이 따스하고 자유롭게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좋아요

Q. 집에 있을 때와 수업에 참여할 때 아이의 반응이 다를 것 같아요.

집에서는 하루 종일 책 읽어 달라고 하는데, 모임에서는 새로운 자극이 있으니 저보다는 다른 이모들이 읽어줄 때 더 집중하더라고요. 카페에 갔는데 처음 보는 이웃에게 책 읽어 달라고 한 적도 있어요. 이제 모두가 책 읽어주는 사람인 줄 아는 거죠.(웃음) 또래들끼리 어울려서 그런지 사회성도 좋아졌고요.

Q. 거리두기 때문에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쉽게 예민해질 수 있는 시기인데, 아이들끼리 안전하게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함께 있으면 좋기도 하지만, 너무 과하면 스트레스가 될 때도 있잖아요. 보람님은 어떻게 스트레스를 푸는 편이세요?

남편이 퇴근하면 무조건 역할을 바꾸고, 집의 모든 일을 같이 해요. 나아가 주말에도 각자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보장해 주고 있어요. 남편은 친구가 근처에 있어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저는 외부에서 열리는 교육이 있으면 신청해서 나가요. 그렇지 않을 때는 카페에서 책을 읽기도 하고요. 아이에게 화가 가지 않으려면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 각자의 시간을 존중해 준다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모두 화를 소화시키는 자기만의 방식이 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 아이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 같거든요.

아이를 위해 시작한 좋은 활동이 화근이 되기도 해요. 저는 스스로를 돌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몸이 지치면 아주 사소한 것도 스트레스가 되는데, 그게 쌓이다 폭발할 때 가장 가깝고 약한 아이에게 향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자신을 돌보는 게 먼저라고 생각해요.

남편과도 대화를 많이 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이사 오기 전에는 남편이 가계를 주로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느끼는 압박감과 부담이 심했는데, 터놓고 이야기를 하고 나서 많이 편해졌어요.

Q. 생각해 보면 많은 분들이 생각하는 공동체의 모습과도 닮아 있는 것 같아요. 서로의 방식을 존중하고, 대화하면서 스트레스를 줄여가는 거죠.

커뮤니티 시설의 관리 비용으로 갈등이 생겼을 때 회의가 소집된 적 있어요. 우리는 다르게 풀어나갈거란 기대가 있긴 했지만, 그래도 양측 간에 언성이 높아지진 않을까 걱정이 됐죠. 그런데 서로 궁금한 걸 물어보고, 각자의 입장을 설명하면서 수용하고 발전시키는 대화가 이어지더라고요. 형식적으로 끝날 수도 있었겠지만, 서로 만나 대화할 수 있다는 게 좋았어요.

Q. 경험상 집의 가치를 높여야 할 때만 주민들이 뭉쳤던 것 같은데, 여기서는 단지의 대소사를 함께 의논하기도 하더라고요. 그걸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도 좋았어요. 함께한다는 것이 내키지 않는 분들도 있겠지만, 저는 그게 이곳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주변에서 많이 우려하셨던 것 같아요. 공동체 아파트, 조합형 아파트라는 이야기에 위험하다는 분도 계셨고, 너희들이니까 할 수 있는 거라는 반응도 있었죠. 그런데 사실 우리는 느린 공동체이고, 강압적으로 모두를 끌고 가는 게 아니라 각자의 속도와 방식을 존중해 주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느리지만 한 걸음 한 걸음 의미 있게 만들어 가는 게 이곳의 성격 아닐까요.

Q. ‘함께하면 우리는 강해진다’는 말이 생각나네요. 저는 마음 맞는 사람들과 집을 지어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거든요. 요즘은 심지어 집 안에서도 서로 단절되어 가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욱 연결되고 싶어 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인터뷰 때문에 다이어리에 써놨던 글을 봤는데, 언젠가 나이가 들면 시골 마을에서 서로 가진 걸 주고받으며 살고 싶다고 적어 놨던 거예요. 그러면 돈 때문에 무엇이 우선인지 흐려지는 일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고요. 친구들과 땅콩주택을 지어 작은 마을을 이뤄 살자는 이야기도 했어요. 아이들도 함께 어울리고, 우리끼리 너무 재밌지 않겠냐고요. 문득 그런 기억이 떠오르면서 그때 막연하게 하던 생각들이 지금 여기서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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