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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에 대한 공공의 지원이 곧 공간복지

양동수 (사회혁신기업 더함 대표)

코로나19로 움직임이 제한되었던 지난 시기 동안, 주거와 로컬의 가치가 재발견되고 있다. 이런 시기일수록 지역의 작은 공원과 천변 산책로가 삶의 질을 좌우한다. 때로는 골목 곳곳에서 단단하게 버티고 있던 작은 카페들과 책방이 숨 쉴 구멍이 되어 주기도 한다. 이런 풍경들을 보며, 공간은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넘어, 지역, 사회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질 좋은 공간의 공급은 공공이 해야 할 단연 핵심적인 과제다. 하지만 더 나아가, “공공 공간에서 다양한 혜택을 누리며 삶의 질을 높이는 공간복지의 핵심가치에 어떻게 다가갈 수 있을지 함께 자문해야 한다.

커뮤니티, 공간복지의 핵심 키

우리 사회에 ‘아파트형 마을공동체’를 제안한 더함은 공간복지의 핵심 키가 ‘커뮤니티’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말하는 커뮤니티는 어디선가 만들어져 공간에 이식되는 형태가 아니다. 철저히 그 공간 속에서 새롭게 만들어져야 하고, 공간과 사람이 연결된 형태로 운영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커뮤니티는 공간복지의 과정이자 결과물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위스테이별내의 커뮤니티 공간을 입주자 참여형으로 디자인했던 과정은 애초에 ‘참여형 설계’라는 이름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10개월간의 여정을 마친 후, 내부의 토론을 통해 ‘커뮤니티 공간 디자인’이란 이름을 거쳐 현재 ‘커뮤니티 디자인’이라는 이름으로 변모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입주자들의 참여를 통한 공간의 디자인이 실제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을 넘어 커뮤니티를 디자인하는 것을 실제 목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입주 3개월여 만에 라인댄스 동아리, 풋살 동호회, 텃밭위원회, 고기사랑 동아리, 그녀들의 밤마실(육아모임), 마을밴드 동아리 등 공간을 최적으로 활용하는 다양한 동아리들이 만들어졌다. 이러한 커뮤니티들이 있는 한 ‘공간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걱정은 잠시 접어 두어도 되지 않을까.

기성의 다른 아파트들처럼, 법적 기준 최소 부대복리시설 면적만을 확보하여, 최신의 트렌드를 반영한 공간으로 디자인했다면 어땠을까? (위스테이별내는 법정 기준 2.5배에 달하는 커뮤니티 공간을 조성하였다.) 지금처럼 공간에 활기가 있었을까?

공간복지의 핵심주체는 적극적인 참여자이자 운영자인 주민

공간복지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것은 공공과 기업의 역할이지만, 실제 공간복지를 구현하는 것은 결국 그곳에 거주하는 주민이다. 흔히 ‘복지’의 프로세스를 떠올릴 때, 공급자에서 수요자로 흐르는 일방향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새롭게 구축해야 할 ‘공간복지’는 주민이 공급자인 동시에 수요자가 될 수 있는 모델이어야 비로소 지속 가능하다. 즉, 양방향으로 관계하는 공간복지를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커뮤니티 공간이 지역 곳곳에 신설되면서 ‘커뮤니티 매니저’라는 직군에 종사하는 이들도 늘어가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역할을 “공간이 지속 가능하도록 만드는 조율자”, “공간과 사람을 연결하는 사람”, “커뮤니티와 공간의 구심점”으로 설명한다(<커뮤니티 매니저가 뭐길래>, 로모, 2018). ‘공간/시설 관리’를 넘어 ‘커뮤니티 관리’를 공간복지의 중요한 축으로 편성하고, 주민들로 구성된 ‘커뮤니티 매니저’ 그룹을 양성하는 것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주거지역 내 공공 공간의 현황과 한계

기존 주거지역 내 공공 공간의 현실은 어떤가? 공간복지의 기능을 수행하는 곳들을 살펴보면, 공동주택의 경우 관리사무소와 시니어센터(노인정)가 있고, 주거지별로 동주민센터, 평생학습센터, 복지관, 도서관, 청소년수련관, 근린공원 등이 있다. 최근 생활SOC 확충 계획으로, 하드웨어적으로는 꾸준히 발전 양상을 띠고 있다. 하지만 일정 시점 이후에는 사용 빈도가 현격하게 낮아지고, 서비스의 질적 수준이 떨어지는 사례가 많다. 공간의 이용과 관련한 규칙이 실제 수요와는 맞지 않게 일방적으로 정해지고, 특정 세대, 그룹만이 이용하게 되면서 공간은 지역 주민의 일상과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활력을 잃어 간다.

공간복지의 모범사례로 언급되는 ‘구산동도서관 마을’의 예를 보면, 오래된 구옥빌라를 허물어 만든 공간임에도 공간 자체의 활력은 어느 곳보다 뛰어나다. 도서관 건립에 뜻을 모은 주민들은 주민참여 예산을 확보한 후 자발적 준비모임을 통해 공간, 시설, 서적에 대해 의견을 모았다. 이 도서관은 ‘구립’이지만, 민간 위탁의 형태로 ‘은평도서관마을 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 중에 있다. 사실상 주민들이 사업 기획부터 예산 확보, 시설 조성, 운영 등 전 단계에 참여한 것이다.

위스테이에서 공간복지의 미래를 차근차근 그려 보다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인 위스테이별내는 입주자가 직접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고, 조합원들의 필요에 따라 다양한 위원회와 소모임을 자발적으로 직접 만든다. 그리고 이 위원회가 아파트 내 다양한 공간의 운영과 관련한 일들에 관여하고 결정한다. 나아가 조합원들은 아파트 상가를 임대해 생협을 만들고 있고, 직접 카페를 운영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아파트 임대관리회사와 협동조합 간에 커뮤니티 운영 및 아파트 전체의 주도적 운영을 이관하는 것에 대한 협약을 진행하고 있다.

마을의 공간과 관련하여서는 주민들의 주도성이 핵심이고, 주민들이 곧 전문가이다. 이제는 ‘수혜자’가 아니라, ‘수요자’이자 ‘공급자’로서 적극적인 입주민의 상을 새롭게 그려 볼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는 ‘커뮤니티에 대한 공공의 지원이 곧 공간복지’라는 새로운 비전 속에서, 주민과 함께 기획, 설계하고 운영하는 전 과정을 로드맵에 포함할 수 있기를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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