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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부동산' 활성화를 위한 제언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단편집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수록된 소설 중 <사람에게는 얼마나 많은 땅이 필요한가?>는 땅과 집, 더 넓게는 소위 ‘부동산’에 대한 본질적인 메타포를 포함하고 있다. 이 소설에서 악마는 주인공에게 내기를 제안한다. 일출에 출발하여 해질녘까지 주인공이 걷는 모든 땅을 주인공에게 주겠다는 제안이다. 이 소설을 읽지 않은 사람도 쉽게 예측할 수 있듯이, 더 많은 땅을 얻고 싶었던 주인공은 해가 지기 전에 이미 탈진하여 죽음에 이르게 된다. 땅에 대한 인간의 과욕은 근대와 현대의 개념이 아닌 보다 본원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1970년대 고도 성장기에는 주택, 오피스, 공장, 인프라 등 건설 산업의 거의 모든 영역에 걸쳐 절대 공급량을 늘려가는 것이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우선순위 과제였다. 이때 국가 주도로 ‘선택과 집중’에 의해 대형 건설사를 지원·양성한 것에는 분명한 시대적 당위성이 있었다.

문제는 그때 형성된 산업의 프레임이 현재까지 이어져 오면서 몇 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점이다. 첫째, 타 선진국에서의 건설 산업이 전체 프로젝트를 기획·주관하는 ‘시행’의 영역과 건설 행위 자체를 수행하는 ‘시공’의 영역이 구분되어 있는 것과 달리 한국의 건설 산업은 시행과 시공이 대형 건설사에 의해 동시에 수행되는 양상을 띤다. 이에 따라 프로젝트의 소유권자가 건설사가 되고, 이 건설사가 다시 자기 자신에게 시공권을 부여함에 따라, 부동산 프로젝트 비용 구조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설비’가 높게 책정돼 전체적인 비용이 상승하게 되고, 이는 높은 분양가격으로 이어져 결국 소비자의 부담으로 전가된다. 

둘째, 전체 부동산 시장에서 여전히 주택 및 타 부동산 공급에 있어 국가·공공이 보유한 부지를 이용한 공모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고, 이러한 사업들에 주택도시기금 등 국민들의 세금으로 형성된 재원이 장기·저리로 전체 사업비의 70~90% 상당에 투입됨에도 불구하고, 공모 사업이 임대료/분양가/임대 기간 등 주요 요소에서 실현해 내는 공공성의 수준은 여전히 제한적이며, 결과적으로 투입된 장기·저리의 자금의 금융 효과는 건설사와 금융 자본의 자본 이익으로 이어지는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 

셋째, 건설 프로젝트의 결과물로서 만들어진 주거, 오피스, 리테일, 인프라 등 공간에서 실제로 대상 목적물을 활용해서 삶터와 일터를 꾸려 나갈 ‘사람’에 대한 관점이 배제되어 있다. 이는 소비자이자 고객이 되는 시민들이 대상 목적물의 형태와 구조, 품질에 대해 관여할 수 있는 기회가 없이 일방적으로 공급자인 건설사가 만들어 내는 부동산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뿐 아니라, 삶터와 일터에서 시민들이 다른 시민들과 교류하지 못하고 파편화되어 개별적으로 삶과 일을 영위하게 되는 ‘객체’로서만 기능하게 한다는 보다 본질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사회적 부동산’은 아직 낯선 개념이고, 사회적 합의에 도달한 정의 또한 존재한다고 말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현존하는 부동산 산업의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 사회적 부동산의 주요 특징들을 다음과 같이 대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첫째, 부동산 개발·소유·운영의 패러다임을 전환한다. 건설사가 주도하고 소유함에 따라 비용 구조 및 가격결정에 대한 전권을 가지는 현재의 패러다임을, 공공-사회적경제/시민사회-민간 협력·협치의 거버넌스로, 사용자가 될 시민들이 의사와 필요가 기획·개발 단계부터 투영될 수 있는 개발 구조로, 시민들이 부동산에 대한 궁극적인 소유권을 이양 받을 수 있는 시민자산화의 관점으로 바꾸어 낼 수 있다. 이를 통해 부동산 개발에 소요되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어낼 수 있고, 부동산의 기획·개발에 대한 주도권 자체를 시민들이 가질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둘째, 공공의 지원 규모·수준에 합치하는 공공성을 담보해 낸다. 시민의 세금으로 형성된 토지, 건물, 재원이 투입되는 규모와 수준에 따라, 그에 걸맞는 저렴한 임대료 수준, 의무 임대 운영 기간 등을 결과물로서 이끌어 내어, 투입된 공공의 지원이 다시 시민들에게 결과물로서 환원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냄으로써 공공성을 극대화 한다.

셋째, 사람에 집중하여, 건설 프로젝트의 최종 결과물인 주거, 오피스 등 공간에 입주하여 삶과 일을 영위하는 시민들이 서로 교류하고 협력함으로써 다양한 상승효과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한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사회적 안전망’을 만들어내고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 사회혁신기업 더함 및 사회적 부동산을 기획·개발하는 동료 기업들이 지향하는 바는 이러한 관점과 방향성, 결과물을 가진 부동산들을 창출하고 확산해 나가는 것이다. 사회적 부동산 디벨로퍼들은 공공, 민간 부문의 전문성을 최대한 이끌어내면서도 기존 산업 플레이어들의 이익과 자신들의 이익을 합리적으로 제한함으로써 비용 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내고 있다. 동시에 공공과 민간의 가교 역할을 하면서 서로의 언어를 번역하고 완충하는 역할 또한 수행해 내고 있으며, 시민들의 민의가 공공과 민간 양쪽에 충분히 전달되고 반영될 수 있는 역할 또한 수행하고 있다. 또한 단순히 건물을 만들어 내고 공급하는 것을 넘어, 창출된 공간을 활용하는 시민들이 서로 교류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고 있다.

사회혁신기업 더함이 진행하고 있는 국토교통부 시범사업인 협동조합형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 사업 사례를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사회적 부동산 디벨로퍼로서 더함은 건설사를 시행의 영역과 분리해 단순 도급의 형태로 사업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시공 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추었고, 그 결과 시세 대비 상당 수준 저렴한 임대료를 결과물로 만들어 냈다. 또한 입주자가 자조적 결사체인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어 아파트의 소유권을 지분적으로 보유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냄으로써 시민들이 단순한 임차인의 지위에 머무르지 않고 공급자이자 운영자로서 활동할 수 있는 토대를 형성했다. 입주자 사회적협동조합은 사업 구조상의 기능뿐 아니라 실제 삶을 영위할 아파트 내의 대소사를 스스로 의사결정하고 마을 공동체를 가꾸어 나가는 주체적인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사회적 부동산 디벨로퍼들이 창출해 나가는 사회적 부동산이 점진적으로, 그러나 빠른 속도로 확산되어 나간다면, 단순히 주류 부동산 업계의 국지적 대안으로서만 기능하는 것을 넘어, 전체 부동산 업계의 패러다임을 전환해 나가면서 수요자 중심의 시장 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이제까지 사회적 부동산을 본격적으로 확산해 나가는 데에는 분명한 제약 조건이 존재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사회적 부동산을 기획·개발하기 위해서는 적게는 전체 사업비의 4%, 많게는 20~25% 수준의 자기자본을 확보해야 한다. 부동산 사업의 사업비 규모를 고려할 때 합리적인 수준의 사업 이익만을 확보하고, 사업 초기 단계에 위치한 사회적 부동산 디벨로퍼들이 확보하기에는 결코 만만치 않은 수준의 규모이다. 

이런 시장 환경에 최근 들어 긍정적인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사회적 부동산 기획·개발을 위한 다양한 금원들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관장하는 도시재생기금을 활용한 PEF, 사회적경제 영역 주도로 형성되고 있는 소셜 자산운용사 등이 창설을 준비하고 있으며,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운용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러한 금원들이 형성되면, 사회적 부동산 디벨로퍼들은 그동안 문제가 되었던 특정 비중 이상의 자기자본 및 타인자본 조달을 이루어낼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사업을 힘있게 전개해 나갈 수 있고, 결과적으로 사회적 부동산의 빠른 확산이 가능할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부동산의 본질에 해당하는 한 가지 제언을 덧붙이고자 한다. 전술한 바와 같이 사회적 부동산은 공급자 중심의 관점을 수요자가 기획, 개발 단계부터 참여하는 관점의 전환을 전제로 한다. 이것이 궁극적으로 진화하면 기획자가 중심이 되어 공급 부동산의 형태와 위치, 규모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수요가 형성되는 곳에 수요자가 원하는 형태와 규모의 사회적 부동산을 공급할 수 있다. 즉, 수요가 존재하는 곳에 사회적 부동산 디벨로퍼가 맞춤형으로 찾아가는 형태의 사업 진행이 가능하다. 

즉, 주거나 오피스, 더 나아가 리테일, 생활 SOC 등의 수요가 있으신 분들은, 반드시 본인들이 직접 사회적 부동산을 개발할 필요가 없이, 사회혁신기업 더함 등 사회적 부동산 디벨로퍼 또는 사회적 부동산 금융 기관들에 본인들의 수요와 필요를 전달함으로써, 이들과 함께 사회적 부동산을 원하는 규모, 형태로 원하는 장소에 개발하는 것이 가능하며, 사회적 부동산의 정의에 걸맞게 궁극적으로 시민자산화를 이루어 내는 것 또한 가능하다. 실 수요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제안을 통해 사회적 부동산 생태계를 더욱 풍성하고 빠르게 확장해 나갈 것을 제언 드린다.

※ 이 글은 ‘제2회 사회적경제 박람회’ 부대행사로 진행된 ‘사회적금융 중개기관 육성방안’에서 필자가 발표한 내용입니다.

김영철 (사회혁신기업 더함 이사)

해당 글은 2019년 7월 8일자 <라이프인>을 통해 발행된 칼럼입니다.

‘사회적 부동산’ 활성화를 위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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