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and Culture

위스테이, ‘장벽 없는 아파트’로 만들어지기까지

# 김미연 UN장애인권리위원 인터뷰 (1)

[With 더함] 더함과 좋은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사람, 회사들을 만나 봅니다. 좋은 친구를 통해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처럼, 좋은 파트너십을 통해 더 나은 더함으로 성장할 수 있으리라 믿어요. 더함의 좋은 친구가 되어 주세요.

‘공간은 삶을 담는 그릇’이라는 말이 있는데요. 이 말에 비추어 보았을 때, 좋은 공간은 ‘다양한 삶의 조건들을 담아낼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미 많은 것들이 ‘수요자 맞춤’, ‘수요자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이 시기에, 공간 역시 다양한 생애 주기, 서로 다른 몸의 조건에 점차 맞추어 가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더함의 주거 브랜드 ‘위스테이’는 장애인 당사자의 관점을 녹여낸, 장벽 없는 아파트로 조성되었는데요.🏡 배리어프리 세대로 조성된 3개 세대를 실제 입주자 관점에서 시공하였고, 다양한 조합원들이 커뮤니티 활동 참여에 어려움이 없도록 저층 시설에도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문턱을 낮추었습니다.

이러한 수요자 중심의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많이 계신데요. 그 중에서도 위스테이가 좀 더 포용적인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장애 당사자의 관점과 실제 입주자 관점에서 의견 나누어 주신 김미연 UN장애인권리위원을 만나 보았습니다. (*김 위원은 국내 여성 최초로, 차관급의 권한을 가진 UN장애인권리위원직에 임명되어 활동 중입니다.)

김미연 위원은 가장 편안하고 안락해야 할 ‘집’이라는 공간이 가장 위험한 공간이 되어 버리는 아이러니한 상황들을 들려주셨는데요. 모든 주거공간에 배리어프리 디자인(barrier free design)과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이 적용되도록 법과 제도가 좀 더 구체적이고 입체적으로 만들어져야 함을 강조하였습니다.

특히나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이동하고 접근할 수 있어야만, 공동체 내의 관계가 좀 더 평등해질 수 있다는 점을 짚어 주시며, ‘공동체 아파트’라는 말 속에는 ‘배리어프리’, ‘유니버설 디자인’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셨는데요.

장벽이 없고, 포용적인 아파트를 지향하는 위스테이의 스토리가 궁금하신 분들께서는 이번 편 인터뷰를 꼭 읽어 주세요!😀

# 더함, 위스테이와의 인연

Q. 어떻게 처음 위스테이 아파트를 알게 되셨나요?

위스테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전적으로 양동수 대표님과의 오래된 인연 때문입니다. 양동수 변호사님께서 사회적 공익법 활동을 하는 재단법인 동천의 상임변호사로 계시면서 여러 인권 영역의 공익 활동들을 하셨지만, 특히 장애인의 인권과 관련한 이슈들을 중요하게 다루어 주었어요.

이러한 활동들을 계기로 양동수 변호사님과 인연을 맺게 되었는데, 더 확장된 사회적 활동을 위해 동천을 그만두신다고 들었어요. 어떤 활동을 선택하셨을지 궁금해서 페이스북 팔로우를 하며 사회적경제법센터를 만드시는 것부터 계속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국내 최초로 조성하는 협동조합 아파트 위스테이 총회 소식도 접하게 되었고요.

2017년 5월 13일 위스테이별내사회적협동조합의 창립총회 당시의 모습 ⓒ더함

Q. 위스테이에 입주를 하기로 마음먹게 된 결정적인 요인은 어떤 것이었을지요?

50세가 넘어가면서 ‘누구와 같이 살지’가 화두가 되더라고요. 지금은 아파트 문 닫고 들어가면, 자기 사생활은 보호가 되고, 귀찮은 인간관계는 안 맺어도 되잖아요. 젊은 시절엔 그렇게 사는 게 편할 때도 있었죠.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니까, 인생을 나누고, 또 지역사회에서도 함께 살아갈 그런 이웃이 필요해지는 거예요.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던 차에 위스테이 조합원 모집 소식을 듣게 되었어요. 위스테이가 단순한 아파트가 아니잖아요. 더불어 사는 삶의 공동체이고, 어떤 아파트를 만들 것인지 의견을 낼 수 있고 함께 참여도 할 수 있다는 것, 또 한편으로는 같이 책임도 져 나가는 아파트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그리고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커뮤니티 공간과 프로그램들이 너무 마음에 들었고요. 특히 공유부엌이 좋았어요. 저처럼 몸이 불편한 사람들에게는 밥 먹는 일이 의외로 힘든 일이거든요. 시장 보는 것부터 밥 먹기까지의 과정이 만만치 않죠. 그리고 또 혼자 먹는 일이 많다 보니, 밥 먹는 일에 소홀하게 되기 쉬워요. 그게 다 건강에 직결되고요. 먹는 것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그런 사람들과 같이 산다면 행복할 것 같았어요.

나이가 들면 누구나 위기가 오거든요. 저처럼 체력적으로 약화될 확률이 높다면 그 위험성이 더 크고요. 아무리 좋은 아파트에 들어가 살더라도, 내가 위기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주변에 도움을 청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건 정말 위험한 일이죠. 노인분들도 이런 생각 많이들 할 거예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같이 사는 공동체에 짐처럼 떠맡긴다는 뜻은 아니고요. 공동체 안에서 함께 살면서 받아들여지고 싶다는 거죠. 저는 몸이 불편하기 때문에 기존 단독주택에 사는 건 거의 불가능해요. 그 집을 완전히 뜯어 고쳐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엄청 들죠. 설령 단독주택의 물리적 환경이 좋다고 해도, 집을 나섰는데 지역 커뮤니티에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다 무용지물이에요. 집에 갇혀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아파트라는 공간은 편리함을 갖춘 동시에, 많은 세대가 거주할 수 있는 조건인데요, 이 공간을 공동체적으로 변화시킨다는 건 정말 이상적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구체적인 내용은 정확하게 몰랐으나, 일단은 여기 배팅해 보자(?)는 생각으로 모집에 지원했어요.

# 좋은 이웃이 된다는 것

Q. 협동조합, 조합원들에 대한 첫인상은 어떠셨나요?

어떤 분들이 오실지 정보가 전혀 없다가 첫 번째 창립총회 때인가 만났을 거예요. 그 자리에서 평소 이런저런 현장에서 안면이 있던 사람들을 만나 모두 깜짝 놀랐습니다. 생각이나 삶의 경로가 비슷한 사람들이 자석처럼 끌리는구나 생각했죠.

Q. 공동체 안에서 함께 살며 받아들여지고 싶다는 말씀을 주셨는데, 어떤 이웃분들은 만나고 싶고, 어떤 이웃이 되고 싶으신가요?

창립총회 때 양동수 대표님이 제게 하셨던 말씀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요. 제가 “조합원들이 좋은 분들이면 좋겠다”라고 말을 했더니, 양 대표님께서 “대표님이 좋은 이웃이 되셔야 합니다”라고 뼈 때리는 직언을 하셨죠.(웃음) 그때 사실은 적잖이 당황했어요. 그렇지만 나중에 곰곰 생각해 보니 정말 중요한 포인트이더라고요. 그런 마음들이 모여야 진짜 공동체가 되는 거잖아요. ‘좋은 협동조합인 줄 알고 왔는데, 사람들이 그렇지 않네?’라고만 생각하면 공동체가 될 수 없는 거죠. 제가 위스테이 별내의 조합원으로 사는 동안, 어쩌면 공동체를 이루고 사는 평생 동안 저의 좌우명이 될 것 같아요.

일단 ‘장애’라는 존재는 존재 자체가 긴장이에요. 저도 이 점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어요. 더함에 있는 직원분들, 협동조합을 구성하시는 분들, 대의원들에게 모두요. 평소 사회적으로 훌륭한 일들을 해오셨고, 배리어프리, 유니버설디자인이 실현되는 것에 동의하셨다 하더라도, 실제 장애 당사자가 총회 때부터 딱 앉아 있으면 긴장이 되기 마련이거든요.

이상적이고 새로운 걸 만드는 그룹이라 하더라도, ‘장애’는 낯선 거예요. 그리고 모르는 영역, 경험하지 못한 타자이죠. 익숙하고 편한 것만 가지고 갈 수도 있지만, 일단 제가 등장해 버린 거예요. 모든 공동체 분들이 긴장을 하시는 게 느껴졌어요. 예컨대 오늘 인터뷰 전에 미용실을 들렀다 왔는데요. 제가 미용실에 등장을 하면 거기에 있는 모든 스태프분들이 당황하시는 거죠. 저분을 어디에 앉혀야 되지? 가자마자 제가 안심을 시켜야 해요. (웃음) 그래야 일이 돼요. 왜냐면 이분들은 모르니까. 이웃 여러분, 장애에 대해 잘 모르고 긴장되시겠지만,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 위스테이 별내 단지의 유니버설 디자인

Q. 평소 주거 공간을 비롯한 일상의 공간 안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고 계신지요?

저는 정말 다양한 형태의 집에서 살아봤어요. 그런데 휠체어를 타는,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고려한 단지 내의 공간은 거의 없는 거예요. 최소한의 법의 규정에 의해 조성된 편의시설들, 예컨대 엘리베이터, 계단 옆 경사로, 장애인 주차장과 같은 공간은 있더라도, 정작 사람들이 살아가고 이용하는 내부 공간은 접근 가능하지 않고 불편할 때가 대부분이었죠. 그러다 보니 주거 공간에 접근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집이 제일 위험한 공간이 되어 버려요. 참 아이러니한 일이죠.

아시다시피 작은 다세대주택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어요. 위험을 무릅쓰고 한 시간이 걸리든 두 시간이 걸리든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구조인 거죠. 그에 비해 아파트들은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집까지 접근은 가능하지만, 딱 신발 벗고 들어가는 곳부터 높고 낮은 턱들이 존재해요. 예전 아파트의 경우 문마다 턱이 있었죠. 화장실 내부는 휠체어가 들어가서 움직이기에 폭이 너무 좁고요. 사실 제일 위험한 데가 욕실이거든요. 미끄럽기 때문에 사고가 나기 쉬워요. 지금도 제 안방에 있는 화장실을 제가 못 써요. 거주자인데도 100% 다 활용하지 못하는 거죠.

김미연 위원의 의견을 반영하여, 세대 내 드레스룸과 화장실로 이어지는 문을 미닫이로 변경하고, 휠체어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드레스룸과 화장실의 문을 제거했다. 또한 자주 사용하는 세면대는 두 공간 사이의 통로에 배치하여 건식으로 사용하도록 시공했다. ⓒ더함

Q. 위스테이 배리어프리 세대의 설계와 단지 전반의 유니버설디자인 과정에 많은 의견을 주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경로를 통해 의견을 제안하셨는지, 제안이 반영된 과정에는 만족하고 계신지 듣고 싶습니다.

설계에 들어가는 당시에, 담당자님을 만나서 이런 애로점들이 반영이 될 수 있을지 물었어요. 단지의 전체적인 설계도 그렇지만, 배리어프리 세대에 대해서는 설계 도면에서부터 의견을 낼 수 있었어요. 아마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인 중 최초로 아파트 설계 단계에서 의견을 낸 사람이지 않을까요?

제가 많이 사용하는 화장실(욕실), 드레스룸에는 미닫이문을 설치해 달라고 부탁했어요. 휠체어를 탄 사람들은 문을 여닫을 때 팔이 안 닿아요. 그래서 보통 문에 줄을 매달아 놓고, 줄을 닫았다 당겼다 하는데 그게 잘 안 되거든요.

제가 그때부터 마음속으로 약속을 했어요. 이 아파트가 지어지면, 내 집을 일종의 쇼룸으로 이용하겠다고요. 만약 국토교통부 공무원이 저희 집 내부를 궁금해한다면 보여 드리는 거죠. 정책에 변화를 가져오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그렇게 하고 싶어요.

2017년, 김미연 위원이 배리어프리 세대 설계와 관련해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좌측은 사회혁신기업 더함의 당시 담당자였던 김혜진 매니저이고, 우측이 김미연 위원이다. ⓒ더함

Q. 아직까지 관련 법에 상세한 내용이 없었다는 점이 다소 놀랍기도 합니다.

저도 더함을 통해서 이런 걸 해보게 된 거지, 그전까지는 상상을 못해 본 거죠. 아파트에 이런 걸 디자인할 때 반영할 수 있다는 걸요. 누구누구들만 이렇게 하자고 합의가 되면 가능하다는 걸 저도 경험을 못했잖아요. 그러니까 더함은 이런 가능성을 보여 주는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Q. 명동에 위치한 위스테이 모델하우스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는 데 많은 역할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가설건축물인 모델하우스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예는 거의 최초라고 알고 있는데, 굉장히 상징적인 일인 것 같습니다.

위스테이 별내의 견본주택인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이 만들어진 후에, 페이스북 등에 기뻐하는 사람들의 글이 올라왔어요. 저도 사진으로 공간을 보고 무척 신이 났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 마실이라는 공간이 단순히 견본주택 역할을 하는 곳이 아니라, 앞으로 함께 살아갈 협동조합의 조합원들이 공동체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준비를 할 수 있는 공간이잖아요. 뭔가를 같이 하고 공동의 목표를 만들어 가는 의미 있는 장소인데, 엘리베이터가 없었던 거죠.

사실 그때 무척 실망을 했어요. 아까 말한 것처럼 설계에서부터 제 의견을 반영해 주기도 했고, 너무도 자연스럽게 이 공동체의 한 명의 일원이라는 느낌을 가지게 되었는데, 마실 출입구의 계단 앞에 딱 서니까, ‘아 이게 현실의 갭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존의 관례, 규칙, 규정, 관계자들… 이런 것들이 너무 많아서 마치 마실의 저 계단하고 똑같다고 느껴지기도 했죠.

많은 휠체어 장애인들이 본인의 집을 선택할 때에, 모델하우스 진입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가족의 선택에 의존하게 될 때가 많아요. 가족들 입장에서는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실제 입주하고 나서야 불편을 알게 되는 거죠.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위스테이 지축 모델하우스에는 엘리베이터가 반영될 수 있어서 정말 기뻤어요. 그 과정에서 노력해 주신 더함 직원분들께 감사드려요.

Q. 마실에 엘리베이터가 생기면서 많은 분들이 만족해하고 계십니다. 제안하신 내용의 효과와 만족도에 대해 접하실 때,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요?

제 조카들이 양육을 시작하면 그제야 저를 이해하게 돼요. 유아차를 끌고 다니다 보니, 그런 ‘장벽’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하는 거죠. ‘언니 나 이제 이해했어. 왜 이게 불편한지.’ 양육하는 분들의 그룹, 노인을 케어해야 하는 그룹도 결국은 제 그룹이라고 생각해요.

흔히들 장애차별의 대상이 ‘장애인’만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사실 장애인의 동행인도 차별의 대상이에요. 예를 들면, 가족 중 누군가가 저와 같이 어느 시설에 방문했는데, 제가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을 맞닥뜨리게 되면, 오히려 저보다도 가족이 상처받는 경우가 다반사예요. 그럼 결과적으로 차별이 동행인까지 가게 되는 거예요.

사람들이 장애인 하면, ‘특별한 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게 아니에요. 장기적으로 내 가족이 몸에 손상을 갖게 될 수도 있고, 본인들도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죠. 우리나라는 ‘장애’가 ‘장기간 제약을 갖는 몸의 상태’를 의미하는데. 신체 장애인 중에 영원히 이런 조건을 갖는 사람도 있지만 일시적으로도 그런 조건을 갖게 될 수도 있죠.

유니버설 디자인, 배리어프리라는 콘셉트에는 내가 살면서 건강한 몸으로만 있을 수는 없다는 인식이 내재되어 있어요. 나이가 들어가며 약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우리 몸에 다 있어요. 유니버설 디자인은 최악의 몸의 조건이 되었을 때에도 자연스럽게 나의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얘기하는 거예요. 장애를 가진 특정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거죠. 나라는 사람이 신체적으로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장벽을 경험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중요해요. 신체의 조건 그 자체로 장애가 되지는 않아요. 환경이 장애를 만드는 거죠.

※ 이 글은 2편(링크)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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