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and Culture

위스테이지축의 커뮤니티는 어떻게 만들어졌나요?(2)

위스테이지축의 커뮤니티 디자인 이야기

돌봄

나와 취향을 공유하는 이웃이 아파트에 있다면 어떨까요. 함께 커뮤니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가끔 이웃에게 아이의 돌봄을 부탁할 수도 있다면요. 바로 아파트형 마을공동체, 위스테이에서 만날 수 있는 일상인데요. 입주를 마친 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은 ‘위스테이지축’에서도 이제 막 공동체 활동이 움트고 있답니다. 아이들은 계절이 채 지나기 전에 동네에서 친구를 만들고, 취향으로 만난 20여 개의 동아리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고 해요.

아파트에서 이런 활동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커뮤니티 디자인’이라는 과정 덕분인데요. 커뮤니티 디자인이란 한마디로 ‘내가 이용할 공간을 이웃과 함께 디자인하는’ 것으로, 위스테이의 입주자들은 입주 전부터 이웃을 만나 커뮤니티 시설을 함께 설계했답니다. 이렇게 자신의 의견이 반영된 커뮤니티 시설에서 다양한 액티비티와 프로그램이 펼쳐지고 있는데요. 커뮤니티실 커뮤니티 조성팀을 만나 올해 4월 입주를 마친 지축의 커뮤니티 디자인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1편 인터뷰에서 이어집니다)
▶ 위스테이지축의 커뮤니티는 어떻게 만들어졌나요?(1)

Q. 위스테이 입주가 시작된 지도 3개월 차에 접어들었어요. 입주 초기에는 여러모로 정리할 것도 많고, 동네에 적응이 필요한데요. 관련해서 ‘커뮤니티 오픈위크’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셨어요.

정승일(조성팀 팀장. 이하 ‘정’) : ‘커뮤니티 오픈위크’는 이웃들과 얼굴을 마주하며 공동체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진행된 프로그램이에요. 동네를 익히고 이웃을 만나는 ‘보물 찾기’부터 ‘목공 교실’, ‘미싱 교실’, ‘막걸리 학교’까지 다양한 액티비티가 진행됐어요. 특히 ‘플로깅’의 반응이 뜨거웠는데요. 사실 플로깅(조깅이나 산책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활동)은 ‘보물 찾기’ 이벤트에서 파생된 거예요. 이벤트에 참여한 조합원 한 분이 쓰레기를 보물에 빗대 ‘우리 마을에는 보물이 많다’는 표현을 썼는데,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쓰레기 줍기로 이어졌어요. 지금도 가장 많은 분들이 참여하는 활동이에요. 이웃들과 재미있게 어울리면서 환경에 대한 인식도 생긴다는 점이 좋은 것 같아요. 이 프로그램은 앞으로도 커뮤니티센터 차원에서 계속 진행할 예정이고요.

박지수(조성팀 매니저. 이하 ‘박’) : 위스테이지축의 커뮤니티 시설들은 공간을 통해 서로 연결되자는 지향을 담아 모두 ‘이음’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데요. 입주가 시작되고 커뮤니티 시설의 오픈까지 한 달의 시간이 있었는데, 입주자들께 공간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 공간이 만들어진 배경 등의 이해를 돕기 위해 ‘쉘 위 이음’이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을 기획했어요. 조합 카페를 통해 송출했는데, 생각보다 좋은 반응을 얻었던 것 같아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커뮤니티 메이커로 참여하지 않은 분들에게도 우리의 커뮤니티 시설이 단순히 시행사의 의도대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다양한 조합원들의 의견이 반영된 결과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나아가 위스테이라는 아파트가 우리 모두의 참여로 만들어지는 거라는 사실을 이해시켜드리고 싶었죠.

Q. 위스테이지축은 초기 커뮤니티 디자인부터 ‘돌봄’이 중요한 이슈였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현재 어떤 프로그램들이 진행되고 있나요?

: 크게 두 가지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어요. 첫 번째는 교통안전지도인데요. 아이들이 안전하게 등하교할 수 있도록 오전, 오후 매일 두 번씩 운영되고 있어요. 교통안전지도에 참여한 어른들 세 명이 한 조를 이뤄 아이들과 동행하는데, 동행해 주시는 데 대한 보상으로 소정의 활동비를 지급해 드리기 때문에 시니어분들도 많이 참여하고 계세요. 아이들은 안심하고 동네를 오갈 수 있으니 길에서 장난도 많이 치고, 재밌게 웃고 떠들더라고요. 그 모습이 보기 좋았는지 다른 단지에서도 어떻게 참여할 수 있는지를 문의해오세요.

: 저는 교통안전지도 프로그램을 보면서 사회적 안전망이 많이 무너져 있는 상황이라는 걸 느꼈어요. 제가 어렸을 때까지만 해도 등하교하는 일이 위험하게 느껴진 적은 없었는데, 최근에는 안전상의 이유로 아이들의 등하교를 직접 돕는 학부모님들이 많아졌다고 하더라고요. 앞으로 교통안전지도를 통해 아이들이 등하교를 도와주는 동네 어른들을 친근하고 안전한 ‘이웃’으로 느꼈으면 좋겠어요.

: 두 번째 프로그램은 ‘놀러온’인데요. 온 마을이 놀이를 통해 아이를 키우는 콘셉트의 프로그램이에요. 지축의 입주 예정 세대를 분석해 보니 120~140여 세대가 아이를 키우고 있었고, 그중 약 60%의 아이들이 외동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그 아이들을 어떻게 보살필 수 있을지 부모님들과 의논하는 과정이 이어졌고, 거기서 ‘형, 누나, 동생들과 함께 뛰어놀았으면 좋겠다’는 부모님들의 니즈를 파악했어요. 그 수요를 바탕으로 마을의 돌봄 생태계를 확립해보자는 취지에서 놀이 전문기관과 협력해 놀러온을 시작하게 된 거예요.

: 놀러온은 아이들의 하교 시간과 부모님들의 퇴근시간 사이에 공백이 생기는 오후 4시 30분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되는데요. 월요일은 함께 책을 보는 도서관 데이, 수요일은 바깥에서 뛰어노는 놀이터 데이로 지정했고, 나머지 요일에는 몸놀이, 책놀이, 그리고 만들기 중에서 두 가지를 선택해 진행하고 있어요. 입주 초기부터 약 한 달 동안 시범 기간으로 운영하며 시행착오를 거쳤고, 지금도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발생한 수정사항들을 반영하는 중이에요.

: ‘놀러온’ 프로그램의 대상이 되는 5세에서 9세 아이들이 단지 내에 100명이 채 되지 않거든요. 그런데 반응이 정말 좋아요. 초기 시범 운영을 할 때는 대상이 되는 아동 중 약 80% 정도가 참여했고 조정기간을 거쳐 운영하고 있는 지금(4월 기준)도 60%대의 참여율을 유지하고 있어요.

* ‘놀러온’은 현재 시범운영을 마치고 정규운영 중에 있습니다.

돌봄
Q. ‘놀러온’ 프로그램은 이제 곧 시범기간이 끝나고 정규운영으로 전환된다고 들었어요. 시범 운영을 하며 얻은 인사이트가 있나요?

: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곳이 점점 따뜻한 공동체가 되어가고 있다는 걸 느껴요. 프로그램이 자리 잡는 한 달여 기간 동안, 아이들은 친구를 사귀고 이웃 어른들에게 인사를 하기 시작했거든요. 요즘 아파트에는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없는데, 그 말의 의미가 여기에서 회복되고 있는 것 같아요. 게다가 ‘아이를 돌보는 일’은 기쁜 일이면서도 동시에 양육자에게 휴직과 경력단절의 부담을 안기는 경험이기도 하잖아요. 마을 차원에서 그런 부담을 덜어드리고 있는 것 같아 기뻐요.

: 우선 부모님들의 만족도가 높다는 게 고무적인 것 같아요. 사실 이 프로그램은 저희도, 조합도 모두 처음 경험해보는 서비스예요. 그렇기에 보완해야 할 부분도 많지만, 앞으로 조금씩 안정되고 나아질 거라 생각해요.

더 기쁜 소식은 마을 내에 돌봄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인데요. 처음에는 협력하고 있는 놀이 전문기관에서 선생님을 모셔왔고, 지금은 마을 내에서 지원을 받고 있는데, 지원하는 분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어요. 게다가 아버님들의 참여도 생기고 있고요.

: 돌봄을 마을 단위로 확장시키려면 어머님들뿐 아니라 아버님들, 나아가 양육자가 아닌 분들의 참여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요. 최근 선생님을 공개 모집하는 날에 남성 세 분이 오셨어요. 보통 여성에게만 주어지던 돌봄의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기쁘더라고요.

: 돌봄은 앞으로도 마을 전체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이슈일 것 같아요. 지수 매니저님 말씀처럼, 각 가정 내에서 양육을 담당하는 부모님들 외에도 더 많은 조합원들에게로 돌봄에 대한 인식이 퍼져 나가면 좋겠어요.

Q.놀러온 프로그램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 우선 마을 내 돌봄 생태계를 확립하는 거예요. 더함이나 전문기관의 도움 없이도 프로그램이 순환될 수 있도록 조합 내에서 선생님을 채용하는 중입니다. 나아가 시범 기간이 종료되면 프로그램이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소정의 운영비를 받아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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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바리스타 교육에서 놀러온까지, 입주 전부터 입주가 완료된 지금까지 많은 프로그램을 진행하신 것 같아요. 이 활동들을 바탕으로 그리고 있는 앞으로의 계획이 있을까요?

: 지금, 그리고 앞으로도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는 저관여 조합원들을 참여시키는 거예요. 지축에 입주한 539세대 중 의견을 내는 분들은 100명 내외일 거라 생각하는데요. 달리 말하면 대부분의 입주자들은 위스테이를 보통의 아파트로 여기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죠. 때문에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을 커뮤니티에 참여시키고 의견을 모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커요. 커뮤니티를 통해 단단한 안전망이 구축되고, 이것이 확산되면 보다 많은 분들이 참여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마음속으로 무언가 동하고 있지만 활동까지 나서지 못하는 분들을 최대한 빨리 커뮤니티의 장으로 나오시게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구체적인 방법은 아직 구상 중에 있는데요. 공동체 구성원들과 함께 공동체 활동에 참여하기를 주저하거나 망설이는 분들에게 손을 내밀고 싶어요. 카톡이나 문자로 이런 활동이 있는데 참여해보는 게 어떻냐고 연락을 드리는 것이죠. 앞으로 그렇게 손을 내미는 활동을 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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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두 분은 위스테이지축의 커뮤니티를 현장에서 디자인하고, 지켜본 분들이에요. 커뮤니티를 조성하는 사람들로서 각자 이상적인, 혹은 건강한 커뮤니티에 대한 기준이나 생각이 있으실 것 같은데요. 각자가 생각하는, ‘건강한 커뮤니티’는 무엇일까요?

: 수많은 사람을 하나로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지축에 모인 539세대도 각자의 성향과 배경을 가졌으니까요. 더함에 입사하며 제가 꿈꿨던 커뮤니티는 ‘존중할 줄 아는 커뮤니티’였어요. 요즘 사회적으로 혐오의 문제가 큰데요. 혐오란 서로를 이해하지 않고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면서 타인을 배척할 때 생기는 것 같아요. 나와 다른 이웃을 보면서 ‘저 사람 왜 저렇게 살지?’가 아니라, ‘저런 삶의 방식이 있구나’라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요즘 가장 많이 하는 말이 ‘그럴 수 있다’ 거든요. 저 사람은 나와 다르지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공동체 안에서 타인, 그리고 이웃을 이해하고 받아줄 수 있는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 위스테이에는 저처럼 80년대생들이 많이 계신 걸로 아는데, 그 당시에는 사실 우리 집과 이웃의 경계가 지금만큼 뚜렷하지는 않았던 것 같거든요. 학교가 끝나면 밖이나 옆집으로 가서 놀았고요. 아마 이곳에도 그런 향수를 다시 느껴보고 싶어서 입주한 분들이 있을 거라 생각해요. 게다가 지수 매니저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요즘은 다들 사회가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부모가 된 제 나이 또래들은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노는 것 자체를 불안하게 여기게 된 것 같고요. 주민으로 살아보니까 그런 경계와 불안을 가끔 느껴요. 인사를 하면 반갑게 답해주는 분들도 많지만, 머뭇거리는 분도 있거든요. 모두들 마음속으로는 반가움을 품고 있겠지만, 몇십 년을 다른 방식으로 살았기 때문에 벽이 있는 거겠죠. 그런 인식을 전환하는 게 생각보다 오래 걸릴 수도 있다고 느꼈어요.

결국 존중이라는 것도 나에게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내가 왜’라는 마음이 아니라, ‘나부터’라는 마음이 필요한 것 같고요. 가령, 버려진 쓰레기를 보고 ‘내가 왜 주워야 하지’가 아니라 ‘나부터 줍자’는 생각이 필요하다는 거죠. 그리고 그게 확산됐으면 좋겠어요. 앞서 ‘칭찬합시다’ 게시판에 대해서 말했는데, 실수를 하더라도 그럴 수 있다고 위로해주고 칭찬해주면 그 마음이 확산될 거라 생각해요.

Q. 확실히 한두 명의 개인이 아닌,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일이다 보니 타인을 존중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할 것 같아요.

: 저는 커뮤니티센터가 안정화되면 사랑방이 됐으면 좋겠어요. 누구든지 들러 커피 한 잔 하고, 아이들은 와서 놀다 가고요. 종종 아이들에게 부모님이 안 계시거나 무슨 일이 생기면 이곳으로 오라고 말해요. 길을 잃었을 때도 마찬가지고요. 단지 내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아파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Q. 앞으로 예정하고 있는 이벤트나 프로그램이 있을까요?

: 어느 시점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입주 전부터 이야기가 나왔던 체육대회가 있을 것 같아요. 근처 종합운동장을 빌리거나 단지를 활용해서 조금 큰 규모로 해보고 싶어요. ‘지축__해보장’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플리마켓은 주기적으로 개최할 생각인데요. 입주한 지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에 각자 이사하고 정리할 물건을 나누자는 마음으로 판매자를 모았는데, 모인 28팀 중 절반이 어린이고요. 그만큼 아이들의 참여가 높아요.

: 지금까지는 대부분의 행사가 아이들을 중심으로 이뤄졌거든요. 그래서 앞으로는 청소년이나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어요.

: 아무래도 ‘돌봄’이 저희의 어젠다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터라 다른 부분에서 조금 아쉬움이 느껴지는 건 있는 것 같아요. 시니어분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 아직까지는 비교적 적은데요. 대신 공간에 대한 만족도를 높여 드리기 위해, 시니어센터에 높은 수준의 집기와 비품을 마련해 드렸어요.

빠르게 일하는 걸 좋아하는 성격 탓에 앞으로 시니어분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많이 하고 싶은데요. 이곳에 있으면서 공동체는 절대 한 사람의 의견이나 노력만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는 걸 많이 느껴요. 속도는 느리더라도 천천히, 함께 의견을 나누다 보면 어느새 서로의 삶을 나누는 친근한 이웃이 되어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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