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and Culture

공간과 부동산도 사람의 손길이 계속 닿아야 해요

페이지 피플 인터뷰
사회혁신기업 더함 김상용 실장

[페이지 피플] 코로나19 확산으로 곳곳이 얼어붙어 가던 서울의 중심부, 명동. 여기에 단절된 관계를 연결하고 공간의 가치를 새롭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변하는 시대 속, 예술과 문화에 대한 담론이 오갔던 명동의 정신을 재해석하고 현재로 연결해냅니다. 그리고 그들의 가치는 한국YWCA연합회관을 리모델링한 소셜커뮤니티타운, 페이지 명동으로 거듭났습니다. 페이지 명동을 통해 변화를 추동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더함의 ‘사회적자산운용실’에서 일하고 있는 김상용 실장입니다. 사회적자산운용실은 사회적부동산 개발 사업의 후단을 책임지고 있는 실인데요. 앞단에서 땅을 준비하고, 기획하고, 설계와 시공을 하면, 저희는 준공 이후 운영과 관리를 담당하는 것이지요. 현재는 페이지 명동을 비롯해 위스테이별내와 커뮤니티하우스 마실, 청신호 주택홍보관 등 공간의 운영 관리를 맡고 있습니다.

Q. ‘사회적자산’이라는 말이 굉장히 생소해요.

아직까지 한국 사회에서 생소할 수 있는 개념이죠. 부동산 이용자가 준소유하거나 운영에 참여하면서 그 편익이 사회로 환원되는 부동산 자산을 일컫습니다. 가령 우리가 최초로 공급했던 ‘위스테이’ 모델처럼 사회적협동조합이 자산을 간접적으로 소유하는 사례를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Q. 페이지 명동 프로젝트에서 맡으신 역할은 무엇인가요?

페이지 명동의 마스터리스 계약의 초안을 만들고 체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맡았고요. 이후에는 기존에 입주해 계시던 입주사들이 적절한 안내를 받고 이동하실 수 있도록 하는 절차도 담당했습니다. 현재는 임대 운영 관리뿐 아니라, 페이지 명동의 입주자를 찾는 마케팅 업무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Q. 평소 ‘명동’에 대한 이미지는 어떠셨나요?

사람들이 명동에 대해 떠올리는 아주 일반적인 이미지 정도였어요. 외국여행객 방문지 1위, 전국 땅값 1위, 화장품 및 식음료 매장 집적도 1위, 한국 자본주의 1번지… 아주 분주하고 많은 유동인구가 스쳐 지나가는 곳? 이 정도의 이미지였죠. 제가 주로 강남, 삼성동 쪽에서 직장생활을 오래 했기 때문에 그런 것일 수도 있겠어요.

Q. 강남 업무지구와 비교했을 때 을지로, 명동의 분위기는 어떻게 다른가요?

강남은 계획지구이다 보니, 신식인 건물과 건물 사이에 여백이 넓고, 교통이 편리하죠. 부동산 업무와 관련된 신탁사와 개발회사가 집중되어 있어 관련 업무를 하기엔 편했어요.

반면 이곳 을지로, 명동에는 아무래도 오래된 건물과 상점이 많죠. 오래된 도심 안에 필요에 따라 개발을 조금씩 하다 보니,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고, 온갖 것이 섞여 있는 곳인 것 같아요. 사람 냄새가 많이 느껴지고, 특히나 숨은 맛집과 오랜 내공이 느껴지는 공간이 곳곳에 많아요.

Q. 페이지 명동 프로젝트를 진행하시며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는 무엇이었나요?

기존 한국YWCA연합회관이던 시절부터 오랫동안 건물에 입주해 계셨던 ‘명동화원’ 사장님과의 인연이 가장 인상에 남네요. 리모델링 과정에서 기존 입주자들과 갈등을 겪는 경우도 많거든요. 중간에 의견 차를 확인했던 경험도 있지만, 다시 입주하신 지금은 정말 좋은 관계가 되었어요. 

화원 사장님은 이곳에서 20년 넘게 터를 잡으신 분인데요. 이 근방 오피스들의 화분 관리를 하시면서, 저희 사무실에 있는 화분도 가끔 들여다보러 와주셔요. 이런저런 감사한 일들이 많다 보니, 저희도 ‘명동화원’과 협력하는 방안들을 고민 중이에요. 이를테면, 축하선물 구입 시 가급적 ‘명동화원’을 통하려 하고, 이후 조경이나 관리 계획을 세울 때도 우선적으로 고려하려 합니다.

입주하신 분들이 입주 후에 더 잘 되시면 저희로서도 좋은 것이죠. 일반적인 임대인과 임차인의 관계, 입주사들 간의 관계를 넘어, 서로 더 잘 연결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더함이 임대인이라는 것에 대해 기대를 갖고 들어오시는 입주사들도 계신데요. 임대료의 값어치 이상으로 더 좋은 가치를 경험하게 해드리고 싶고, 계속 고민 중에 있습니다.

Q. 좋은 공간, 좋은 커뮤니티에 대한 실장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연결하고 나눌 수 있는 곳. 이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곳. 이런 곳이 좋은 공간, 좋은 커뮤니티라고 생각해요. 궁극적으로는 거기에 사람이 빠지면 안 되거든요. 그걸 이용하는 사람이 행복해지는 것, 그게 좋은 공간이고 좋은 커뮤니티인 것 같아요.

예전에 제가 일했던 개발회사는 “인간이 생활하는 최적의 공간과 장소를 제공한다”는 모토를 갖고 있었어요. 거기서 일하던 당시에는 그 모토를 참 맘에 들어 했는데요. 더함에 온 후로 그 모토에 한계가 있단 걸 느끼게 됐어요. 행복해진다는 것은 공간을 제공하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거든요. 그 안에서 일어나는 활동에 대한 고민으로 한 단계 더 들어갈 수 있어야 해요.

분양만 하면 끝인 민간과 달리, 저희와 같은 소셜디벨로퍼는 그 공간에서 사람이 더 잘 살 수 있게끔, 개발 후단의 운영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공간도 계속 보듬어 줘야 해요. 사람도 보듬어 줘야 성장하듯, 공간과 부동산도 사람의 손길이 계속 닿아야 공간으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좋은 커뮤니티를 위한 커뮤니티 플랫폼 ‘공간웰컴'(Well.comm) ⓒ더함

Q. 페이지 명동을 통해 명동, 그리고 업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고 싶으신지요?

저는 국내에 ‘부동산 임대 마케팅’이라는 업이 본격화될 때부터 이 분야에서 일을 해왔는데요. 그 과정에서 부동산 가격이 몇 배로 뛰어오르는 것을 지켜봤습니다.

‘페이지 명동’ 모델을 정확히 ‘사회적자산’이라고 하기는 애매하지만, 일부는 그런 성격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저희의 20년 장기 마스터리스 모델은 엄청난 자본이익을 가져가는 것이 아니잖아요? 임차인들도 이 모델 안에서 장기적인 계획을 가질 수 있는 거죠. 이후에 임차인들이 장기임대 권한을 갖는 실험도 이 안에서 충분히 가능할 거라고 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도심 내에 시민들이 권한을 갖는 부동산 모델이 계속 늘어가면 좋겠어요. 현재는 그런 모델이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다시피 하기에 더함이라는 기업이 리스크를 지고 진행하고 있지만, 한 번, 두 번 성공해 간다면 임팩트펀드와 시민펀드의 도움으로 이런 거점들이 계속 생겨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임대료가 높아져만 가는 시기에 ‘사회적자산’이 곳곳에 있어 준다면, 일종의 버퍼 역할을 해줄 수 있지 않을까요?

Q. 페이지 명동이 어떤 공간이 되었으면 하시나요?

저희가 처음에 이 사업을 얘기했을 때, 한국YWCA연합회 이사장님과 관계자 분들이 오셔서 ‘빛’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어요. ‘세상을 밝혀주는 빛’과 같은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고요. 그 대목에서 무척 공감했습니다. 그런 배경에서, 저희 더함도 경관 조명에 많은 신경을 썼죠.

‘페이지 명동’ 프로젝트는 명동이라는 지역 내에 커뮤니티를 다시 만들어 보자는, 수많은 관계자들의 염원이 담긴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어요. 이 공간이 동녁의 빛과 같은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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